'참 나쁜' 국회의원들…연평도 비극 틈타 세비 인상에 후원금 기부도 부활

기사승인 2010-12-02 14: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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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온 나라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인상하고 정치후원금 기부를 부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불거진 ‘대가성’ 후원금 문제와 관련, 국회의원들이 포괄적 뇌물죄를 피해가기 위한 각종 규정을 담고 있어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법안’에다 치졸한 정치인 집단이기주의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국회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을 나흘 뒤인 지난달 27일 국회의원 세비를 5.1% 기습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합의 불발로 각종 민생 관련 법안과 내년 국가 예산 심의를 제대로 처리조차 못한 채 미루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안개정에는 유례없는 여야 합의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지난 30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민주당 의원이 제출했지만 한나라당과도 대체적인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단체의 경우 연간 3억원의 범위에서 하나의 후원회에 연간 1000만원까지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고, 상장법인은 연간 3억원, 비상장법인은 연간 1억5000만원의 범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선관위에 낸 기탁금의 40% 한도 이내에서 특정 정당에 지정기탁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 청목회 같은 단체 회원들은 굳이 10만원씩 후원금을 쪼개지 않고도 단체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1인당 1000만원까지 후원하는 게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특히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활동'과 관련해 후원금을 받은 때엔 '특정행위'와 관련된 정치자금 수수로 보지 않도록 명문화해, 청목회 수사 때처럼 검찰이 정치자금 수수에 대가성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또 개정안은 기부 내역이 공개된 후원금에 대해선 후원회와 정치인이 정치자금법 이외의 다른 법률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고, 정치자금 범죄는 선관위 고발이 없으면 기소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사실상 법안 내용 하나하나가 기업과 단체의 청탁성 정치후원금 기부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사법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방탄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한창 청목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국회가 이같은 내용의 법률을 통과시켜 법이 바뀐다면 아예 수사는 중단돼 버린다”며 “자신들이 처벌받을 것 같으니까 급하게 모여 개정안을 통과시키려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흥분했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여론이 북한 문제에 쏠려있는 사이 마치 연평도 도발을 기다렸다는 듯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세비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는 행태를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