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여성 비하 강용석 의원 한나라당 제명키로

기사승인 2010-07-20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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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한나라당 강용석(41·마포을) 의원이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내용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파문이 확산되자 강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2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7시쯤 서울 상수동 홍익대 인근 고깃집에서 서울 소재 대학 남녀 대학생 20여명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자리는 15∼16일 열린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심사위원을 맡은 국회의원들의 대화를 위해 마련됐다.

당시 동석했던 한 대학생에 따르면 강 의원은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식사에 참석한 대학생의 절반가량은 여학생이었다.

강 의원은 특히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그는 특정 사립대학을 지칭하며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리에 있었던 한 학생은 “특정 직업인(아나운서)이 성접대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들렸다”며 “제3자인 나도 불쾌했는데 그 말을 직접 들은 여학생은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강 의원은 이 여학생의 청와대 방문 자리에 동석했었다.

강 의원은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한 여학생이 기자가 나은지 아나운서가 나은지 모르겠다고 물어와 ‘아나운서는 써준 거 읽기만 하고 위계질서도 엄격해 자유롭게 일을 못한다. 오히려 기자가 독립적으로 더 일하기 좋다’고 답했을 뿐”이라며 “다 줘야 한다는 식의 소리는 애초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전현희(여·민주당) 의원이 식사 자리에 조금 늦게 동참했으며 현장에는 각 의원실 보좌관들도 함께 있었다”며 “식사비용도 반반씩 부담했는데 황당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는 강 의원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수위에 오르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네티즌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여학생들을 앞에두고 특정 직업과 여성에 대한 성희롱적 언행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장 사과하고 국회의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중앙윤리위는 20일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까지 맹비난하고 아나운서협회까지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문이 7·28 재보선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강 의원을 제명키로 결정했다. 제명은 당원을 강제로 출당시키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가장 강한 징계조치로,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