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최근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가 자라나는 아이들의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프탈레이트는 아이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악화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뇌영상 연구 결과인데요, 세계 최초 연구 결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ADHD 아동 180명(비교군)과 일반아동 438명(대조군)에게 소변검사를 시행한 후, 요(尿)중 프탈레이트 농도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 대사 물질인 MEHP(비교군 48.18μg/g, 대조군 25.3 μg/g), MEOP(비교군 43.99μg/g, 대조군 20.53μg/g), MBP(비교군 65.96μg/g, 대조군 50.86μg/g) 모두 비교군에서 더 높게 검출됐습니다.

또한 프탈레이트는 ADHD 증상의 심한 정도와 유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di-n-butyl phthalate)의 검출 농도가 10배 높을수록 아이들의 행동장애수치(DBDS)는 7.5배 높게 나타났고,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높았다고 합니다.

특히 연구팀은 “ADHD는 A군(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B군(주의력결핍), C군(과잉행동장애) 등 3가지로 나뉘는데, A군과 C군에서 DBP가 높게 검출됐고, 이는 프탈레이트가 ADHD의 충동조절문제, 공격성 악화에 관여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프탈레이트’는 어떤 물질일까요?

지난 1930년대 이후 많은 플라스틱류의 가소제로 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화학물질 프탈레이트는 유아용 조유(調乳 milk formula), 치즈, 마아가린, 스낵용 과자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다고 합니다. 프탈레이트의 종류에는 DEHP, BBP, DBP, DEP 등이 있고, DEHP는 총가소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DEHP는 전기 변압기내의 절연유나 가소제로 사용돼 다양한 폐기물을 통해 환경에 유입된다고 합니다. 또한 BBP는 포장재의 가소제, 바닥재 타일 제조 가소제, 합성 가죽에서도 사용됩니다. DEP는 칫솔, 인형과 같은 압축 제품과 발포제, 화장품류, 방충제, 접착제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의 주 노출경로는 음식포장이나 생산과정에서 흡수된 음식의 섭취이며, 환경에서 잔류하는 특성으로 인해 프탈레이트는 지하수, 강과 음용수에서도 발견되고 PVC로 만들어진 장난감에서 유출된 프탈레이트는 유아의 입을 통해 노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프탈레이트(DEHP 등)가 우리 몸 안에서 내분비계에 장애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물질은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기름으로 플라스틱을 비롯해 로켓 연료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고, 플라스틱에 첨가될 경우에 탄력성, 내열성, 광택성 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물질 프탈레이트는 동물실험 결과 쥐의 간·신장·심장·폐·혈액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기형아 출산, 생식기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알레르기성 질환인 아토피, 천식에도 영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김붕년 교수는 “아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프탈레이트 물질이 아이들의 뇌 발달, 공격성 문제와 연관된 측두엽 부위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세계 최초의 뇌 영상 실증연구이다. 앞으로 공격성 품행장애를 보이는 아이들, 공격성을 보이는 우울-불안증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추가적인 뇌 영상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많은 보고가 있었지만, 아이들의 ADHD 증상악화와 두뇌발달에 대한 실증적 영향을 뇌영상연구를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가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