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캠핑시장을 가다] “일본 아웃도어가 앞선 이유? 재창조에 가치를 두기 때문”

기사승인 2014-09-18 07: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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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캠핑시장을 가다] “일본 아웃도어가 앞선 이유? 재창조에 가치를 두기 때문”

[국내 전문가에게 듣다] 이원택 호상사 마케팅팀장

국내 아웃도어·캠핑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각종 아웃도어 활동이 젊은 층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아웃도어 용품 수입·유통 전문회사인 ㈜호상사에서 올해 가을부터 첨스(CHUMS)를 전개한다. 첨스는 독특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제품 디자인으로 일본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다. 호상사는 이번 첨스와의 계약을 통해 우리나라 아웃도어 문화를 젊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원택(32) 호상사 마케팅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상사가 올해 가을부터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첨스를 전개한다고 들었다. 일본과의 인연은?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스노우보더, 혹은 여행 생활자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노우보드를 즐기기 위해, 혹은 장기 체류를 위해 일본 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본 아웃도어 시장과 현장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아웃도어 붐이 일본에선 좀더 빨랐다. 그래서 더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일본에 정착하고, 더 많은 인구가 아웃도어 활동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봤을 때 일본의 아웃도어는 산에서 거리로, 거리에서 다시 바다로, 축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이전의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소비를 독려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비단 등산, 클라이밍을 즐기는 격렬한 아웃도어 현장이 아닌 거리에서도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면서 도심과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의류들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이것들은 기능적으로나 스타일 면에서 산에서 입거나 도시에서 입기에도, 바닷가나 축제장에서 입어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특성이 없다는 의견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는 아웃도어 시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모조품에 관대한 풍속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 큰 명성을 떨치던 브랜드들도 결국 라이선스 상품을 통해 천편일률적인 제품을 찍어내는 브랜드로 변색되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국내 브랜드에서도 수입 브랜드의 카피 제품임을 의심케 할 정도의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수입 제품보다 그를 차용해 코스트를 낮춘 모조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문제다.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자국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제품들이 많다. 일본의 이러한 특성(재창조 작업)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나?

△유사 제품과 모조품은 전혀 다른 뜻이다. 북미에서 유행한 제품을 자국민의 성향, 신체 사이즈 등을 고려해 유사품을 만드는 게 일본 리미티드 제품이라고 본다. 단 그렇게 제작된 제품이 반드시 베이스가 된 오리지널 제품보다 싸다는 법은 없다. 소재 면에서 더욱 발전되기도 하고, 모자란 면이 개선되기 때문에 더욱 비싸지는 법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게 더 본인에게 맞는다고 생각되면 소비하는 소비자가 있다. 일본인은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에 서슴없이 지출을 하는 국민성을 갖추고 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이 멋있었지만 무언가 나와는 맞지 않아 구입을 머뭇거렸던 소비자들은 자국에서 재창조된 유사 제품이 등장하면 적절하게 로컬라이징 된 그 가치에 돈을 더 지불한다. 그런 소비가 이뤄지는 시장이라면 자연히 재창조되는 제품의 숫자는 늘어나리라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사 제품에 오리지널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니까 현지화가 이뤄진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모조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모조품이란 무조건 오리지널보다 더 저렴해야 한다. 재창조, 개선, 로컬라이징이란 작업이 인정되지 않는 문화에도 문제는 있다고 본다.

-아웃도어 산업 발전에 소비자들 또한 그 책임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아웃도어 소비자들은 어떠한가?

△앞서 말한 것과 똑같은 말이지만 모조품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같다. 결국 유니크한 제품보다 천편일률적인 모조품이 더 팔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수익이 목적인 업체에서는 안전한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모조품을 두고 가격 경쟁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다양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숫자 역시 다양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나라 아웃도어·캠핑 문화 전반에 걸쳐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아웃도어·캠핑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나?

△고아웃이라는 일본의 젊은 아웃도어 인구의 패션스타일을 대변하는 월간지가 세계적으로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의 많은 아웃도어 인구들이 그 스타일을 답습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40대를 넘어선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에게 그것은 별반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일본의 아웃도어 스타일이 유행하기 전에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아웃도어 활동을 한국에서 이어왔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이어가리라 본다. 문화적인 측면에선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지만 산업적으로는 비슷한 계보를 걷게 되리라 조심스레 예측한다. 아웃도어 상승세가 끝나면 자체 정화시기를 거치며 전체적인 산업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고, 그 후에는 대폭적인 산업의 상승세는 없을지언정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 남게 되리라 예상한다.

-호상사의 앞으로 사업 계획은 어떤가?

△호상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형 텐트로 즐기는 오토캠핑보다 한발 앞 서 나가 동계, 미니멀, 감성 캠핑 쪽에 더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해나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와 함께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산에서 거리로 조금 더 낮춰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브랜드를 다수 소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윤성중 기자

◆쿠키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을 받아 ‘한국캠핑산업, 성장통을 넘어 블루오션으로…’를 주제로 기획취재를 연재합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