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法 반발에 여야 헛심대결 1년4개월 만에 흐지부지… 사법개혁안 결국 좌초

기사승인 2011-06-13 17: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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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안이 검찰과 법원 등의 반발과 여야의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좌초하게 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13일 국회에서 5인 회의를 열고 여야 간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과 대법관 증원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5인 회의에는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사개특위 위원장, 주성영 간사, 이한성 검찰소위 간사, 민주당의 김동철 간사, 박영선 검찰소위 위원장이 참석했다.

결국 이들은 사개특위에서 쟁점 사안의 논의를 중단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기로 했으며, 사개특위는 1년4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감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사법개혁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는 일각의 지적에 사개특위는 강하게 부정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법제도를 더 공부해야 한다”며 “법조 일원화와 전관예우를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안 등이 사법개혁의 방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등 핵심 쟁점 사안이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법개혁안의 골간이 법조계 등 기득권 집단 반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의 사법개혁 논의가 무위로 돌아간 배경에는 검찰의 집단반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찰소위가 지난 3일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검찰은 여야 인사들의 연루설이 제기된 저축은행 사태 수사 방해로 규정하고 수사중단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여기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하면서 여권의 기류도 변하기 시작했다.

사개특위는 오는 22일까지 전체회의를 세 차례 열고 여야 합의된 사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법조일원화 계획과 로클러크(law clerk) 제도의 도입이 포함돼 있다. 또 새로운 증거가 있을 때만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게 한 영장항고제 등 법원 개혁안, 검찰에 재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설치와 압수수색 대상에 대한 통지 의무화 등의 검찰 개혁안도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이 밖에 여야 이견이 없는 안건으론 법원의 법관인사제도 개선과 판결서·증거목록의 공개, 검찰의 기소검사실명제, 수사목록작성 의무화, 사면심사위원회와 가석방심사위원회 명단·경력사항 공개, 피의사실공표죄 적용대상에 변호사 제외 등도 있다.

사개특위 논의 중단 소식에 사법개혁 당사자인 검찰과 법원은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개혁안이 제동이 걸린 데 대해 내심 안도하면서도 자칫 개혁 무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검 고위 간부는 “사개특위 활동이 종료된다 해도 법사위 차원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도 보듯이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팀(중수부)이 아니고는 전국적 단위의 대규모 비리 수사가 힘들다는 게 입증됐다고 본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최종 결론 날 때까지 뭐라고 말하기 이르다”며 “다만 대법관 증원 문제 등은 법령해석 통일 기능을 저해시키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반대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지호일 기자 nukuva@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