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성대 모사 ‘병’ 부른다

기사승인 2011-01-16 2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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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성대 모사 ‘병’ 부른다

요즘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대 모사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주로 개그맨들이 개인기로 많이 활용하지만 최근에는 뉴스 앵커나 일반인들도 성대 모사를 즐겨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낮추거나 높이는 등 본인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바꿔 낼 경우 자신의 성대와 목 구조와는 다른 발성 패턴을 갖게 돼 ‘보가트-바콜 증후군’이나 성대결절 같은 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대 모사로 인한 대표적 발성장애인 ‘보가트-바콜 증후군’은 잘못된 발성 습관 특히, 오랜 기간 무리하게 음을 낮추는 근육을 많이 사용할 때 발생한다. 1940년대 활동한 할리우드 부부 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에게서 비롯됐으며 의학 교과서에 정식으로 실린 병명이다.


당시 매우 낮은 음색으로 인기를 끈 이들 부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리하게 목소리를 낮추다 보니 성대 바깥쪽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턱 근육이 심하게 경직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높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나빠지는 ‘음성피로 현상’(쉬고 잠긴 목소리)을 겪는 일이 흔했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전 가톨릭의대 교수) 원장은 16일 “발성을 할 때 후두에 있는 약 50개의 근육을 사용하는데, 음을 높이는 근육 대신 낮추는 근육만 사용해서 생긴 증상”이라면서 “이런 발성 패턴은 정상 근육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만든다. 이런 발성 습관이 뇌에 기억되면 정상 발성을 못하고 오히려 성대나 후두에 이상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국내에도 변성기의 청소년에서 보가트-바콜 증후군이 생겨 고음 불가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성대 모사를 과도하게 오랜시간 할 경우 2차적으로 성대 결절(굳은 살)이나 성대 폴립(혹)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목소리를 높게 성대 모사할 경우 ‘변성발성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보가트-바콜 증후군의 경우 대개 음성치료나 약물을 통해 정상 발성습관을 갖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치료가 어려울 경우 보톡스 주사를 통해 잘못 사용하는 근육을 억제시켜 발성을 정상으로 되돌리기도 한다. 성대 결절은 이런 치료에도 없어지지 않을 땐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