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경찰, 흑인 거주지역 비행기 ‘몰카’… 경찰 대변인 “문제될 것 없어”

기사승인 2014-04-25 0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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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LA 카운티 경찰)이 잦은 범죄를 이유로 흑인 거주 지역 상공에 몰래 카메라를 단 비행기를 띄워 정찰해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LA 카운티 경찰은 그러나 같은 시기 LA 북부 도시 랭커스터에도 항공감시 테스트를 시도했지만 미리 시의회에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LA 카운티 경찰은 지난 2012년 카메라를 장착한 세스나 경비행기를 아흐레 동안 LA 남부 도시 컴프턴 상공에 띄워 시내 구석구석을 관찰했다. 항공 촬영한 영상은 LA 카운티 경찰청 본부와 컴프턴 지서에 전송됐다.

인구 9만6000명 가운데 30%가 흑인인 컴프턴은 LA 지역에서 흑인 주민이 많은 곳이며 비교적 잦은 범죄 발생률을 보인다.

범죄 현장을 신속하게 포착하고 더 쉽게 범죄 증거를 확보하려는 항공 감시 체계 도입을 위한 테스트 비행이었다고 LA 카운티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감시 비행에 대해 시장을 비롯한 시 정부와 주민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에 부쳤다가 지역 언론의 폭로로 사실이 드러났다.

아야 브라운 시장은 “누군가에게 몰래 감시당하는 것처럼 기분 나쁜 일은 없다”면서 “시민들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주민들 역시 “우리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고 격앙된 반응이다.

36년 동안 콤프턴에 거주한 엘렌 해리스(67)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면서 “왜 우리가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경찰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경찰 대변인 니콜 니시다는 “이미 지상에 치안용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운용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경찰이 카메라를 통해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아는 마당에 항공 감시로 별도로 알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LA 카운티 경찰은 LA 북부 도시 랭커스터에서도 항공 감시 테스트 비행을 시도했지만 미리 시의회에 계획을 설명했다.

컴프턴 시정부는 LA 카운티 경찰에 치안용 항공 정찰을 도입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해럴드 더피 시 행정국장은 “공원 등지에 설치한 치안용 감시 카메라로 충분하다”고 통보 사유를 밝혔다.

반면 랭커스터는 시의회의 통제를 받는 조건으로 항공 정찰을 승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