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수위조절… 딜레마에 빠진 일본

기사승인 2013-12-05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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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드러난 중국의 치밀함과 미국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일본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우려는 표명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의 ‘철회’까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일본이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이다. 교도통신은 철회가 아니라 ‘운용중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은 우선 중국이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결정적인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센카쿠 열도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도 중국의 점진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자칫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분쟁지역인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어선, 뒤이어 탐사선을 보낸 뒤 마지막에는 주권 수호라는 명목 하에 해군 함정을 동원해 스카보러섬을 차지해버렸다.

미국은 센카쿠 열도에 대해 중국과의 충돌 우려 때문에 일본이 기대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센카쿠 열도가 일본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기 때문에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는 하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미국의 태도는 바뀔 수도 있다.

한 일본 고위 관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전략이 성공해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실효적 지배권이 사라진다면 미국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략에 맞서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도 일본의 고민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올 초 남아시아 지역 방문에 이어 내년 인도와 호주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지만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대립과는 달리 경제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도 일본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한 측근 관리는 “미국이 센카쿠를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 우리의 영토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