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한국인들, 제레미 린을…” 혐한 보도 논란

기사승인 2012-02-1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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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미 프로농구(NBA)에서 ‘황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만계 미국인 제레미 린(24·뉴욕 닉스)이 한국계라는 주장이 한국에서 나왔다는 억지 기사가 중국과 일본에서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물을 악의적으로 인용한 기사인데, 일부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은 이 기사를 근거로 “한국이 또 뭐든지 자기네가 기원이라고 우긴다”며 반한(反韓) 감정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와 일본의 서치나 등은 최근 “한국에서 제레미 린이 한국인 혈통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들은 기사에서 ‘한국의 인터넷 상에서는 제레미 린이 한국의 혈통을 잇고 있다는 내용의 한국의 A신문 기사를 봤다는 글이 있다’거나 ‘제레미 린의 부친은 중국 저장성 출신이며, 린의 할머니는 조선족으로 어릴 때 한국인 할아버지와 함께 중국에 이주했다’, ‘한국 농구 대표팀은 농구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와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고 제레미 린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식의 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평소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 매체다. 최근에는 한국 해경 사망 사건과 관련, 한국의 유족을 위로하기는커녕 ‘하찮은 일’이라고 표현하거나 ‘한국 해경의 단속으로 중국 어민이 파산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서치나는 중국과 일본 소식을 주로 다루는 일본의 인터넷 매체로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 태도로 악명이 높다. 서치나는 특히 지난해 9월 ‘한국이 유튜브에 오른 K팝 관련 동영상 재생수를 조작해 유튜브가 한국측 접속을 차단했다’는 허위 기사를 내보내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뒤 해당 기사를 삭제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서치나는 이번 보도에서 “한 네티즌이 A신문에 문의했는데 A신문은 ‘그와 같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 네티즌들조차 제레미 린을 한국계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환구시보와 서치나의 기사가 순진한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에게 한국에 대한 반감을 심는다는 데 있다.

실제 해당 기사를 본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한 성향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는 “스스로 뛰어난 위인 한 명 갖추지 못한 한국이니 그럴 만 하다”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힌 한민족의 발악”, “제레미 린을 모욕한 한국인들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비난과 비아냥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에서도 “철면피 한국인들이 또 뻔뻔한 수작을 부린다”는 식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환구시보와 서치나의 억지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한류를 질투하는 멍청한 인터넷 민족주의자들을 위한 날조 왜곡 기사에 헛웃음만 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