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일당 '540만원'… 원전 못떠나는 근로자들

기사승인 2011-03-30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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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일당 540만원. 다른데 갈 데 없어 다시 원전으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3호기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방사능 공포와 열악한 작업 환경 탓으로 원전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평생 원전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대안이 없다. 또 일부는 높은 일당을 제안 받고 있어 원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원전 근로자들은 제한된 식사와 물, 고농도 방사선 물질에 노출될 위험성, 열악한 근무 조건에 놓여있다. 하지만 '여기 말고는 일할 곳이 없다'며 원전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높은 일당도 그들을 유혹한다. 한 인부는 '일당 540만원' 제안을 받기도 했다.

원전 보안검사관사무소 요코다 가즈마(39) 소장이 언론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제1원전 안에서는 현재 도쿄전력과 협력사 직원 등 45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2호기가 폭발한 지난 15일에는 도쿄전력과 협력사 직원, 기술자 등 800여명 중에서 냉각수를 투입하는 인원 50여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피했다가 이후 270∼580명 정도가 원전에 머물러 있다.

하루 일과를 보면 원전 근로자들은 아침에는 비스킷과 채소주스, 저녁에는 비상식량과 통조림으로 하루 2차례 식사를 한다.

잠은 원전 1호기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긴급 대책실'에서 토막잠을 잔다. 모포는 1장씩만 배포된다.

근로자들은 매일 오전 7시에 회의를 열어 각 원자로 상황을 점검하고 작업 순서를 확인한 뒤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작업을 한다. 이후 숙소로 돌아가 저녁 식사를 한다. 오후 10시를 넘겨 취침하고 야근자는 잠을 자지 않고 각종 계기의 수치를 감시한다.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한다. 하루 두 끼의 식사 가운데 아침에는 수십 개가 든 비스킷 2봉지와 채소 주스, 저녁에는 물을 넣으면 발열하는 미역 밥이나 버섯 밥, 카레, 닭고기가 든 통조림 1통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 물은 한 명당 하루 1.5리터 제공된다. 목욕이나 샤워는 불가능하다. 옷도 거의 갈아입지 못한다.

구호물자도 늘 부족하다. 주변 방사선량이 많아 헬리콥터가 아닌 도쿄전력 버스로만 물자를 운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건빵으로 굶주림을 견뎠다. 몇 차례 토막잠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고 건빵을 씹을 힘도 없을 정도다. 차를 마시고 싶다"고 본사에 호소했다.

고농도 방사성 물질 노출 때문에 교대 요원의 확보도 어렵다. 도쿄전력은 협력사에 요청해 대피 중이거나 각지에 있는 직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중에는 급여 기준을 어겨가며 "일당으로 40만엔(약 545만원)을 주면 오지 않겠느냐"며 고액의 급여 제안을 받은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원전 사고 초기에 일시 대피를 했지만 "원전 이외에는 일할 곳이 없다"며 원전 작업장으로 복귀한 직원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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