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해외선 칭찬이 자자한데…日피해지역 도둑질 기승

기사승인 2011-03-18 0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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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지 7일째인 17일, 피해지역 곳곳에서 혼란을 틈타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재앙 피해 속에서도 질서를 잘 지키고 약탈도 없다’는 해외 언론들의 칭찬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 폐점 중인 편의점 안의 현급지급기를 부수고 있던 3명이 절도 미수 혐의로 16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야기현 경찰에 따르면 3명은 ‘종업원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보도에서 미야기현 경찰은 지진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일어난 절도 사건은 현내에서만 1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미수에 그친 사건을 포함해 146건이라고 밝혔다. 현금과 식음료, 기름 등의 생활필수품이 주 대상이다.

보도에서는 미토시내에서 임시 휴업 중인 편의점의 갈라진 유리를 통해 2명이 침입, 식품을 가지고 나가려는 것을 기자가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휘발유 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바라키현 경찰에 따르면 16일까지 주차 중인 차나 오토바이, 경트럭 등에서 기름을 훔쳐가는 사건이 7건 발생했다.

센다이시에서는 지난 13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약 1리터를 훔친 20대 남성(회사원)이 절도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와테현 오츠치쵸에서 잠시 차에서 떨어진 곳에 갔다가 휘발유를 도둑맞은 한 40대 남성은 “이와테현 사람들은 모두 상냥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망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현상은 당국에서 구호물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탓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피난 중에 차를 도둑맞은 한 50대 남성은 “피난민들이 불안함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구호물품을 피난민들에게 제대로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광경을 기자가 본 경우도 있었다. 미야기현 북부에서는 남자 고교생 4명이 자동판매기를 고의로 망가뜨려 우롱차나 커피를 가지고 가려는 것을 기자가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훔친 음료를 피난소에 가져 가 고령자 등에게 나눠주고 있었다고 기자는 전했다. 식료품이나 물 등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생활필수품이 아닌 물건들을 훔쳐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센다이시의 아웃렛 파크에서는 휴업 중인 점포에서 가방 등이 연달아 없어졌다.이 곳의 한 경비원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분노를 넘겨 슬프다”라고 한탄했다.

간사이 국제 대학교 기류 마사유키 교수(범죄 심리학)는 “작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비상시에도 약탈이나 폭행이 일어나지 않는 일본 사회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피해지역에서 서로 돕는 것은 자연스럽게 상호 감시하는 결과를 가져와 범죄 억제에도 효과적이다. 물품 공급만 잘되면 범죄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