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기사승인 2009-12-22 0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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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쿠키 지구촌]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인터넷 속도가 21일 갑자기 느려졌다. 핸드폰 통화도 불안했다. 이날 이란에서는 개혁파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그랜드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란 정부는 장례식이 열린 쿰 지역에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외국 언론의 취재를 금지했다.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 언론도 이날 장례식에 수십만명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장례식은 평온하게 끝났으나 그 뒤 일부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몬타제리는 죽지 않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 돌을 던지며 몸싸움을 벌였다.

포린폴리시는 “이란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 접속과 휴대전화 통화를 통제했다”고 전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려 했던 야당 지도자들이 체포됐다고 포린폴리시는 보도했다.

몬타제리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이슬람 성직자다. 그러나 호메이니와 달리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종교 지도자로 남았다. 1988년에는 무하메드를 조롱한 영국인 살만 루시디를 살해하라는 호메이니의 지시를 거부했다.

정부의 인권 억압을 비난하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펼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비판해 왔다.

특히 지난 6월 대선 이후 그는 현 정부가 정통성을 잃었다고 비판하고, 일부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바시즈군(일종의 청년선전대)을 향해 ‘사탄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의 반정부 비판은, 이슬람 정부를 비난해선 안된다는 이란 사회의 터부를 깨트렸고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테헤란에서는 몬타제리의 죽음 직전까지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대학생들의 주도로 열렸다.

몬타제리는 숙소에서 자는 중에 사망했다. 이란 국영TV는 그가 천식과 동맥경화를 앓아왔다고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이슬람 법에 따라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성직자인 몬타제리의 죽음을 추모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항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장례식을 금지하지 못했다.

추모객들은 검은 띠를 두른 몬타제리의 사진을 들고, 반정부를 의미하는 초록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이란 정부의 통제에도 유튜브에는 장례식 현장 동영상이 올라왔으며, 외신들도 수십만명이 운집한 장례식 현장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몬타제리의 집으로 몰려간 추모객들은, 반정부 구호를 막으려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고 민간인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는 이란 정부의 언론 통제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