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스마트폰' 옴니아2 사용자들의 분노

기사승인 2011-04-15 2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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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IT] '저주받은 스마트폰' 옴니아2 사용자들이 결국 기다리던 답을 받지 못했다.

‘옴니아2 집단보상 준비 카페’(cafe.naver.com/amoled715)는 “보상요구 답변 기한일로 정한 15일까지 삼성전자와 SKT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협상은 결렬됐다”고 15일 밝혔다.

옴니아2 사용자들은 ‘웹서핑’ 서비스 중단에 이어 삼성 측에서 마련한 보상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치자 집단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뭉쳤다. 카페 개설 하루 만에 회원 수가 4000명을 넘었고 현재 회원수는 4만5300여명이나 된다.

◇협상은 결렬됐다=카페 매니저인 ‘막둥이7’은 이날 오후 6시 카페에 ‘옴니아2 집단보상 카페 1차 결과보고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막동이7’은 “그간 삼성과 SKT가 제조 및 판매한 옴니아 단말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비자에게 삼성의 사과와 합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우리와 약속한 보상협상기간이 지나도록 답변조차 없었다”며 “기대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언론에 예상 보상계획을 흘리고 소비자의 눈치만 봤고 SKT는 자사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가입자를 등한시 했다”면서 “협상에 진전이 없기에 본 카페와 삼성-SKT의 협상은 결렬됐음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막둥이7’에 따르면 KT도 공정거래법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어 카페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이 카페는 KT에 삼성, SKT와의 보상이 결렬될 경우 회원의 집단 이동 가입을 위해 옴니아 사용자의 할부금을 대납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카페는 개인적 집단 행동에 나서기 위한 진행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공동구매로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한 뒤 타 이동통신사로 신규 이동한다. 또 삼성과 SKT 불매운동과 옴니아 안티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등 대한민국 행정 기관에 옴니아 소비자 구제요청을 하고 언론사의 고발 프로그램의 취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카페지기는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분명 국민의 작은 소리를 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며 “민심은 천심이다. 회원들과 이제 천심을 움직여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단 소송은 일단 논외로 했다. ‘막둥이7’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허위과장 광고로 소송을 할 경우 승산이 있지만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사용주기 패턴이 짧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옴니아2 무엇이 문제=국내 옴니아2 이용자는 약 56만명이다. 8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통화불량과 속도 저하 등으로 원성을 샀다.

삼성전자는 판매 초기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이라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옴니아2는 터치폰의 기능을 갖춘 핸드폰일 뿐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게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애플리케이션은 3, 4개 이상 돌릴 수 없고 OS 업그레이드는 지난해 2월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사용자들은 “삼성이 윈도우 버전의 옴니아에서 안드로이드 버전의 갤럭시로 이동하면서 옴니아는 찬밥 신세가 됐다”고 항의했다.

여기에 SKT가 옴니아 기기에서 인터넷 검색에 쓰는 ‘웹서핑’서비스를 4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불만은 폭발했다. 웹서핑 서비스를 종료하면 3G 환경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페이지를 여는 데만 1~2분이나 소요된다고 사용자들은 울분을 토했다.

옴니아2 사용자들은 기기상의 약점만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T가 옴니아2의 결함을 알고도 과장광고를 앞세워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상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보상 논의는 있었나=옴니아2 사용자들이 힘을 모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삼성전자와 SKT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보상 방안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 사용자에게 “삼성 갤럭시S를 재구매하는 조건으로 10만원을 지원하고, 삼성카드의 제로할부 선(先)포인트를 활용해 단말기 할부 잔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세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소비자들은 “또 다시 삼성 제품 쓰고 싶지 않다”, “카드 실적 올리려고 옴니아 사용자를 이용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갤럭시S2 출고를 앞두고 갤럭시S의 재고 처리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에도 삼성전자는 옴니아2 스마트폰 고객에 대해 이달 말 출시 예정인 갤럭시S2로 교체해주는 보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보상 조치가 이뤄질 경우 국내 통신업계에서 단말기를 대상으로 하는 첫 대규모 보상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했다.

그러나 다음날 삼성전자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옴니아2 보상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갤럭시S2 기기값 제공은 논외 사항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에 소식을 흘려 반응을 살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카페는 소비자의 권익을 찾기 위해 SKT, KT와 협의 중임을 알렸다. KT 측에는 옴니아2의 할부 잔여금을 대납해 주면 통신사를 옮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과 SKT엔 15일까지 보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로 했다.

‘막둥이7’은 “삼성에 물어보면 SKT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고, SKT에 물어보면 삼성에게 물어보라며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면서 이들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우리가 카페와 협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분들과 연락을 해 본 적은 없고 이통사와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에 비해 SKT는 사태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이다. 옴니아2 사용자의 대부분이 SKT 가입 고객이기 때문이다.

SKT 관계자는 “어제(14일)도 카페 대표분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와의 입장차가 커서 보상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막둥이7'은 “삼성전자는 전화 자체를 차단해서 연결이 어려웠다”면서 “SKT 측이 삼성전자에 내 연락처를 넘겨줬음에도 그쪽 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T 등 이동통신사들은 옴니아2 보상 방안의 진행 상황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상 범위나 대상, 방법을 묻는 질문에도 협의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