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네영화 내영화] 깨알 같은 로맨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

기사승인 2011-11-19 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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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Z 네영화 내영화] 깨알 같은 로맨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

[쿠키 영화] 박영석(이하 석): 오늘 소개할 영화는 ‘티끌모아 로맨스’다. 송중기 씨와 한예슬 씨라는 화려한 배우들로 많은 주목을 모은 영화다.

강민영(이하 강): ‘티끌모아 로맨스’는 88만원 세대의 연애담으로 취업에 실패한 지웅(송중기)과 악착같은 짠순이 홍실(한예슬)의 이야기다. 집 없이 거리에 나앉게 된 지웅에게 홍실은 두 달간 동업을 제안하는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동업을 시작하면서 가까워진다. 동업을 시작하면서 우연 같은 로맨스가 싹트게 된다는 이야기다.

석: ‘티끌모아 로맨스’를 보고 송중기 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민영 씨 같은 경우는 이미 예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껏 얘기해주시면 더욱 좋겠다.(웃음)

강: 그렇지 않아도 주연배우 이야기부터 하고 싶었다. 일단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이 영화에서 송중기 씨의 역할이 톡톡 튄다고 생각되지 않으셨나.

석: 송중기 씨만 보일 정도였다. 영화 내내 송중기 라는 배우의 개인기 경연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 우쿨렐레도 연주하고 처음 등장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모습이 나온다. 노래도 곧잘 부르고, 개인기를 언급하신 것처럼 송중기의 퍼레이드라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송중기 씨의 평소 연기스타일에 비해 ‘티끌모아 로맨스’에서의 모습은 발랄하고 푼수 같은 느낌, 괴짜 같은 느낌으로 변했기에 굉장히 신선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 봐도 귀엽기 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특히 극장에서 송중기 팬클럽에서 나온 것 같은 분들이 탄성을 아주 찐하게 지르시더라(웃음).

석: 영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송중기 캐릭터가 영화 내내 굉장히 많은 개인기들을 보여줬기에 과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매 장면마다 웃기려 노력하다보니까 어색했다. ‘티끌모아 로맨스’가 개그콘서트는 아니지 않나.

강: 송중기의 캐릭터를 보면 처음부터 엎어지고 넘어지고 이런 것들을 주로 보여줘서 일종의 슬랩스틱코미디를 보여주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 같진 않고 비주얼 승부라 생각되어 아쉬웠다. 송중기와 한예슬이 함께 주연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석: 둘의 시너지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두 캐릭터가 극과 극이다. 지웅은 아무리 88만원 세대를 대표하기는 무리가 있다. 너무 지나칠 정도로 돈에 관심이 없고 취업도 포기하고 통장잔고가 47원에 다다를 정도로 극단적 상황이다. 반면 홍실은 완전히 돈만 모으기 위해 사는, 오죽했으면 혼자서 2억을 자린고비로 모으게 되는 악착같은 캐릭터다. 둘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의 충돌이 영화 속에서 어느 순간 조화를 이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상큼한 느낌이 안 들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더라. 홍실 캐릭터의 계속되는 욕설도 거슬렸다. 다양한 감정표현도 가능했을 텐데 혼내는 듯한 말투로 일관되게 욕설 하나로만 밀고 나가는 게,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 ‘티끌모아 로맨스’의 두 캐릭터는 확실히 조화가 부족하다. 특히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남자와 여자의 설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그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 성격이 다르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재밌는데 말이다.

강: 솔직히, 두 사람의 조화보다는 송중기 밖에 안 보이더라. 송중기의 열렬한 팬으로서 ‘티끌모아 로맨스’의 개봉 소식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의 영화가 드디어 극장에 걸리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석: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점을 말해보자면, 일단 영화가 전체적으로 과잉되어있다는 거다. 아까 잠깐 말씀드린 대로 송중기의 연기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모든 장면마다 포인트가 없다는 느낌이 들고, 캐릭터의 설정도 두 명이 너무 극단적이고 있을 법하지 않을 인물들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장르적 판타지를 살려서 연출했더라면 좋게 보았을 것이다. 동시대의 문제를 다루면서 어느 정도 현실과의 접점을 찾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강: 과잉이라는 것에 동의를 하긴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로서 무난하지 않나 싶다. 드라마의 쿠션작용을 하는 지점들도 꽤 잘 깔려 있고 전반적으로는 조화로운 드라마라 생각한다. 두 캐릭터의 중구난방이 있긴 하지만, 일단 나는 이 영화의 주제 자체를 88만원 세대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는 것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돈 없는 청년백수, 시의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가볍지 않은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재치로 즐길 수 있고 모두에게 공감을 끌어올 만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더라. 이건 좀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전체적으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어떻게 로맨스를 만들어나가느냐에 모든 초점이 모아져 있는데 이게 별로 자연스럽게 구성된 것 같지 않다.

강: ‘티끌모아 로맨스’같은 영화들이 큰 제작비를 들여서 제작이 되거나 하는 영화들은 아니다. 아기자기한, 특히나 옥탑방 텐트 등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너무 현실성 없게 보이긴 했으나 이런 것들을 한군데 모아서 괜찮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완전 판타지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실제로 그런 지점에서 비교할 만한 영화가 있다. 태국 영화 중 ‘시티즌 독’이라는 영화는, ''티끌모아 로맨스''처럼 두 남녀가 모여서 돈 걱정도 하고 환경 걱정도 하고 함께 만나서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건 완전 판타지로 색감도 예쁘게 보정하고 CG작업에 공을 들인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비교가 되더라.

석: 그런데 민영 씨는 이런 식으로 2억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생각하는가?(웃음)

강: 여기 나오는 홍실 정도면 못 모을 것도 없을 것 같다. 조금 의문이 들었던 건 2억을 왜 그리 악착 같이 모으려는가에 대해 부연설명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들이 아쉽고 궁금했다.

박: 5만원이 없어서 어머니를 묻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까지 돈만 보고 살아간다는 게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강: 일단 개인적으로 얘기하자면 송중기 씨의 팬이기 때문에 영화를 좋게 볼 수밖에 없었고, 한예슬 같은 경우는 연기의 전환이나 노력 등이 보이지 않았는데 송중기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그 지점의 기대를 채워줬기에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고 많은 영화긴 하다. 예를 들면 홍실의 캐릭터와 그의 금융 컨설턴트 관계도 설명이 필요하고.

석: 사실 그 남자는 등장부터 뻔했다. 처음부터 과시하듯이 영어로 전화를 받는 부분부터 사기꾼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사건이 드러났을 때에도 반전 같은 느낌이 별로 없었다. 관객입장에선 나름 뒤통수를 맞는 건데 너무 티가 많이 난 에피소드였다.

강: 영화를 보면서 ‘티끌모아 로맨스’의 문제점들 외에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것들이 떠올려보면, 돈 안들이며 연애하는 방법을 홍실이 지웅에게 물어보는 부분에서 홍실은 조언을 받아들여 한강도 가고 거리도 걷고 하는데, 서울시에서 걸어 다니며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들,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사는 곳도 그렇고 풍경에 대한 반가움이 많았다. 고양이 한 마리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웃음)

석: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생각난다.(웃음) 고양이 대신 닭이 나오는데 굉장히 특이한 선택이긴 하다. 말씀대로 영화 속에서 서울시내 풍경이 잘 보여지는 건 나도 맘에 들었다.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것이 있다. 홍실이 말하는 ''얼마 주면 안아주고, 얼마 주면 뽀뽀해 준다''는 식의 대사가 그렇다.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말이다. 모든 걸 돈으로 생각하는 홍실에게는 돈 문제가 장난이 아니지 않나. 스킨십과 돈이라는 걸 연결한 게 장난이라기엔 좀 지나친 느낌이다.

강: 캐릭터들이 워낙 사랑스러워서 무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되돌아보면 마지막에 커다란 나무를 사는 부분 같은 경우는 너무 심하지 않았나.(웃음) 아무리 송중기를 좋아해도 갑자기 500만원을 호들갑스럽게 구해서 내달리는 건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 비약적이더라.

석: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아서 나무를 사고 난 후 홍실에게 ‘나랑 같이 2억 다시 모으자’라고 말하는 것 또한 좀 거슬린다. 단순히 연애를 거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가난한 사람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가, 뻔히 보이는 사기를 당하고, 또 다시 돈을 모으려 노력한다는 식의 진행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 전반적으로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보셨던 것 같다.

석: 물론 재밌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잉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 아무튼 송중기의 연기력 때문에 이 영화가 살아난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흐름이 고르지 못해도 채플린처럼 웃기기도 해서 영화 전체 틀을 잡아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하게, 연말에 연인들끼리 공유할 만한 영화로 괜찮지 않나.

석: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건가?

강: 씁쓸하지만 깨알 같은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라 하겠다.

석: 티끌이 아니라 과잉이 모인 로맨스라 말씀드리고 싶다.

강: 아무튼 본인이 송중기의 팬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주저 말고 극장에 달려가는 것이 좋겠다. 그만큼의 만족은 백 퍼센트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다.

◇ ‘네영화 내영화’는 쿠키TV 프로그램 ‘연예브런치’내 영화 소개 코너로 영화칼럼리스트들이 진행한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11월 18일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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