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13년차 아이돌’ 신화의 컴백이 반가운 까닭

기사승인 2011-08-08 14:07:01
- + 인쇄
[Ki-Z issue] ‘13년차 아이돌’ 신화의 컴백이 반가운 까닭

[쿠키 연예] H.O.T와 S.E.S는 5년 간 활동했다. 젝스키스와 핑클은 각각 그보다 짧은 3년과 4년이다. 기획형 아이돌 1세대인 이들은 수십만 명의 팬을 확보하면서 놀라운 속도로 한국 가요계를 석권했지만, 그 화려한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획형 아이돌은 장수하기 쉽지 않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몇 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와 멤버간의 이해가 얽히면서 결국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남성 그룹의 경우 군 복무라는 특수성까지 겹쳐 활동 중단과 공백이라는 과제까지 떠안아야 한다.

올해로 데뷔 13년 차를 맞이한 6인조 그룹 신화의 컴백이 주목을 받는 것은 대형 매니지먼트에서 양성된 기획형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이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의리와 신뢰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가요계의 신화로 남을 만한 귀감이 되고 있다.

솔로 가수로, 연기자로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활동하던 이들은 멤버 현재 군 복무중인 전진과 앤디가 오는 10월, 이민우가 내년 2월 제대하는 시점에 맞춰 컴백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신화는 내년 3월 정규 10집 앨범을 발매하고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5~6개국 아시아 투어에 나서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다. 멤버 교체 없이 팀을 유지해 온 유일무이한 그룹에서, 멤버들이 직접 나서서 실질적으로 기획사를 설립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것까지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는 신화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998년 3월에 데뷔해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각종 가요대상을 석권한 신화는 기존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5년 계약을 마친 것까지 타 그룹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소속사 이적에는 찬성했지만 그룹이 해체되는 것에는 반대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강한 결속력을 보여 주며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기간이 끝난 2003년에도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6명이 함께 소속사를 옮기며 신화라는 이름을 지켜 나갔다. 남다른 팀워크를 보여 온 신화의 이번 컴백이 그리 놀라울 것이 없는 이유도 그들이 남겨 온 그동안의 발자취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정규 9집 앨범을 끝으로 군 복무와 개인 활동을 펼쳐온 이들은 독자적으로 기획사 ‘신화 컴퍼니’를 설립해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신화 컴퍼니’는 신화 멤버들이 실질적 대표이자 주주로서 직접 회사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며, 현재 그룹의 리더인 에릭이 대표로 CEO 자리에 이름을 올렸고, 내년 2월 이민우의 소집해제 후 에릭과 이민우가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멤버들의 강한 의지로 출범한 ‘신화 컴퍼니’는 신화로서의 활동을 체계적이고 독립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위해 계획된 것으로, 그룹 신화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오픈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장석우 대표가 신화 멤버들에게 사용권을 허락하면서 현실화됐다. ‘따로 또 같이’ 활동은 각 멤버들이 속해있는 회사와의 이해관계도 필요했다. 다행히 각 소속사에서는 신화의 활동을 반겼고, 각자의 영역을 맡아 지원사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신화는 1집 ‘해결사’로 데뷔할 당시 ‘꽃미남’ 아이돌 그룹이 홍수를 이루고 있던 터라, 자칫 묻히기 쉬운 환경이었으나 이듬해 ‘TOP’를 발표하며 성숙해진 비주얼과 음악성으로 넓은 팬 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끝나고 굿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기면서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했는데, 에릭은 가장 먼저 연기자로 나서며 잇따른 러브콜을 받았고, 김동완 역시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안정적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민우와 전진, 신혜성은 솔로 활동으로, 막내인 앤디는 시트콤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였다.

멤버 전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입지를 튼실하게 다진 것도 이들이 결속하는 데에 윤활유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한 연예인 매니저는 “방송에서 보여 지는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유난히 멤버들 간의 사이가 좋았다”며 “보통 그룹 내에서 한두 명이 크게 부각이 되면 팀이 갈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신화는 다른 그룹과 비교했을 때 서로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고 평소의 우정이 돈독해 개인의 이익만을 좇지 않았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 됐다”고 분석했다.

남다른 의리와 신뢰로 뭉친 신화의 ‘장수 활동’ 사례는 단순히 신화라는 그룹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아이돌 그룹에게 귀감이 될 만한 좋은 기반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아이돌 가수는 트렌드에 맞춰 소비되는 상품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렇게 상업적 측면으로만 평가되는 가요 시장에서 신화의 사례는, 소비자가 아닌 본인들 스스로가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누군가 만들어 준 ‘기획형’에서 스스로 발굴하고 완성해 가는 ‘자치적’ 단계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본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남다르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