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제’ 출신은 옛말…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에 주목

기사승인 2011-06-14 14: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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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제’ 출신은 옛말…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에 주목

[쿠키 연예] Mnet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촉발된 오디션 열풍은 이제 거론조차 식상하다.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이 응모를 하고 이중 소수가 본선에 올라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행운을 얻는다. 수개월 동안 다양한 이야기꺼리와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프로급 실력을 보여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만 다를 뿐 형식은 대동소이하다.

열풍의 가장 큰 수혜 주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발점이 된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와 지상파의 파워를 등에 업은 MBC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이다. 시청률이나 방송 과정에서 쏟아지는 흥밋거리와는 별개로 향후 가요계 전체에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두 프로그램 출신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가요제들의 몰락

가요계는 과거, 가요제 출신들이 휘어잡았다. 출발은 지난 1977년에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수봉, 노사연, 유열, 무한궤도(신해철), 배기성, 전람회(김동률), 김경호, 이한철 등 1980~90년대 한국 가요계를 평정한 이들은 모두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대학가요제와 함께 가수 등용문의 양대 축을 이룬 강변가요제(1979년 시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주현미, 이선희, 한석규, 권진원, 이상은, 이상우, 육각수, 장윤정 등 수많은 스타를 낳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명성을 잃더니 지난 2001년 제22회 강변가요제를 끝으로 폐지됐다.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보다 역시는 짧지만 오늘날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을 배출한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만만치 않은 세를 이뤘다. 조규찬, 러브홀릭의 리더 강현민, 토이의 유희열, 루시드폴 조윤석, 작곡가 방시혁 등이 그들이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출신은 1980~90년대 한국 가요계를 좌지우지했고 현재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들 역시 가요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1970~80년대에 출전했던 이들에 국한된 ‘힘’이다.

폐지된 강변가요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가요제는 대중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면서 사실상 그 의미가 없어졌다. 지난 2005년 보컬 이상미로 주목받은 그룹 ‘익스’가 대상을 받으면서 ‘반짝 인기’를 누렸던 것이 마지막이라는 평가다.

대학 진학률이 90%에 가까운 상황만 고려하면, 대학 진학이라는 특혜를 받은 한정된 젊은이들이 출전할 수 있었던 과거의 대학가요제보다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대학가요제가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은 사실상 기획사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현재의 가요계에 ‘대학가요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주최사인 MBC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방송 프로그램 출신들 몸값은 천정부지

이미 3회째를 맞는 ‘슈스케’는 신인을 검증해 가요계에 진출시키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방송에 도입했다. 지난 2001년 방송된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도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방송을 신인가수 육성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슈스케’를 선두로 ‘위탄’이 가세하면서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요제를 대신하는 ‘신인 가수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슈스케’ 출신으로 현재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로는 1회 우승자인 서인국을 비롯해 길학미, 박태진, 정슬기, 조문근, 김현지, 박세미(쥬얼리) 등이다. 또 2회 출신으로는 우승자인 허각이 7월 초 데뷔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장재인과 김지수 김그림 등이 데뷔했다. 올해 첫 회를 방영한 ‘위탄’ 출신들도 우승자 백청강을 비롯해 윤건희가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트는 등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댄스곡과 아이돌 그룹 위주의 기존 가요계에 커다란 자극을 주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이들도 있지만 자신의 음악색깔에 맞춰 기획사를 선정하고 음악 활동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이 가요계에 미치는 힘은 아직 미미하다. 이제 겨우 신인 가수로 데뷔했거나 데뷔 준비 중이며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을 다시 검증받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 실력을 인정받은 데다 인지도도 한껏 올렸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회 차를 거듭하고 그 안에서 뛰어난 뮤지션이 지속적으로 발굴될 경우 과거 가요제가 점령했던 가요계를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점령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슈스케’나 ‘위탄’이 회를 거듭하고 그들끼리 어디어디 출신으로 밀고 당겨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각자 다른 소속사에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슈스케’의 경우 2회 출연자들은 1회 출연자들을 ‘슈스케 출신 선배’로 대접하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어디 출신을 따지기 전에 가수 개개인의 역량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향후 우수한 역량을 보여 주느냐가 가요계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가요제 출신들은 당시로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으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금 데뷔한 오디션 출신들은 인기곡을 넘어선 자신만의 역량을 아직 보여 주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