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해운대> 1100만의 보이지 않는 힘 ‘영화인’

기사승인 2009-11-07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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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에는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내 홍보사 대표 4인을 인터뷰한다. 이번 주에는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웰컴 투 동막골’ 등을 홍보한 ‘영화인’ 신유경(41) 대표를 만나 마케팅 비법과 마케터의 역할을 들어본다.

왕의 남자·태극기·해운대…1000만 작품만 셋

지난 4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온 신 대표를 만났다. 1991년 ‘우진필름’ 카피라이터로 첫발을 내딛은 이후 홍보대행사 ‘무한’을 설립해 기업 경영자로 영역을 넓혔다. 한국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쉬리’ 이후 홍보 시장의 핑크빛 전망을 예상, 1999년 영화홍보 전문회사 ‘영화인’을 만들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창립 첫 해에는 외화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외 3편을 홍보하는데 그쳤다. 2002년 ‘반지의 제왕’ 흥행을 시작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차별화 된 마케팅 전략을 내놓으면서 업계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년 동안 150여 편을 극장에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영화인’은 미다스의 손인가. 그들의 손을 거쳐 간 영화
중에 무려 여섯 편이 역대 한국박스오피스(한국+외국영화 전체) 10위권에 올랐다.

‘왕의 남자’(1230만·2위·영화진흥위원회 역대박스오피스 기준)를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1170만·3위), ‘해운대’(1140만·4위)까지 1000만 작품만 셋이다. ‘디워’(840만·6위), ‘과속스캔들’(828만·8위), ‘웰컴 투 동막골’(800만·10위)도 그들의 ‘작품’이다. 굵직한 작품을 극장에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복덩이들이 절로 굴러들어왔다’고 웃으며 공을 운으로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하나만 놓고 봐도 결코 우연히 저절로 얻은 행운은 아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홍보할 당시 위기의식이 높았어요. ‘친구’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영화의 붐이 일었지만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죠. 대작으로 꼽히던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무너졌던 이후라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터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팽배했거든요. 장동건, 원빈 카드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흉흉한 소리들이 많았죠. 하지만 기죽지 않고 ‘태극기 휘날리며’에 딱 맞는 홍보 방법을 고심했어요. 무엇이 강점인가를 분석한 끝에 규모보다는 스토리 라인에 초점을 맞춰 홍보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해운대 1000만 돌파 예상했다”

올해는 ‘해운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해운대’의 홍보를 맡게 된 것은 ‘영화인’이 그동안 쌓아온 공적이 가져다 준 성과였다. 큰 작품을 별다른 무리 없이 성공으로 이끄는 곳이라는 업계의 평가 덕분에 의뢰가 들어왔다. 신 대표는 ‘해운대’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흥행 기운을 감지했다. 20여 년 가까이 마케팅 업게에 종사하면서 쌓은 감각이 천만을 ‘예지’했다.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어요. 그래서 작품의 중요한 비주얼을 차지하는 물CG(컴퓨터 그래픽)만 어느 정도 구현된다면 1000만 관객은 거뜬히 넘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신 대표는 ‘해운대’를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서민적 색채가 살아있는 스토리 라인과 윤제균 감독의 오픈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역대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어디에서 본 듯한 구조이거나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이에요. 그런 점에서 서민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은 ‘해운대’는 관객이 공감하기 편할 거라 생각했어요. ‘색즉시공’과 ‘1번가의 기적’을 보면서 윤 감독이 사람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담아내는 분이라는 걸 느꼈기에 ‘해운대’도 경쾌하게 나올 거라 확신했죠. 또 윤 감독의 배려로 제작단계에서부터 촬영까지 모두 공유하게 돼 정확한 시각에서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회의를 거치면서 첫 단추부터 정확하게 끼웠기에 ‘해운대’ 흥행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해운대’의 성공 뒤엔 작품을 사랑한 대한민국의 영화인, 그리고 마케터 ‘영화인’이 있었다.

초반 흥행탄력은 홍보사의 힘!

물론 작품성, 대중성을 두루 갖춘 영화는 화려하게 홍보하지 않아도 흥행에 성공하는 법이다. 하지만 1000만 명까지 먼 길을 가자면 초반 탄력이 매우 중요한데, 그 역할은 전적으로 홍보사의 역량에 달렸다. 신 대표는 영화 홍수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 된 전략과 콘셉트로 홍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흥행 판도는 첫 주에 결정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첫 주에 100만과 200만은 하늘과 땅 차이죠. 초반에 흥행의 힘을 얻어야 후반까지 끌고 가는 저력이 생기거든요. 마케팅은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나게 하고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죠. 따라서 마케터가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끄집어내야 흥행 탄력을 받을 수 있어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콘셉트’란다. 초기 단계에서 설계도를 잘 세워야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이 나올 수 있듯 마케터가 정확한 콘셉트를 잡아야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에게 필요한 덕목은 ‘냉철한 시각’과 ‘정확한 판단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분야이든지 간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붓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마케팅은 ‘노력’이 최상의 덕목은 아니에요. 마케터는 시장에서 잘 먹히는 핵심 코드를 끄집어내야 해요. 또 정확한 눈으로 작품을 보고 관객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야 하죠. 긴 시간 동안 매달리다보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면 방향을 설정할 수 없거든요. 일단 한 발짝 물러서서 작품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구상해야 합니다.”

[쿠키人터뷰] <해운대> 1100만의 보이지 않는 힘 ‘영화인’


홍보사, 내년 장담 어려워

신 대표는 ‘영화인’을 홍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에 올려놨지만, 매일 각종 영화제작사 회의 및 시장분석 등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다.

“10년 동안 일하다 보니 여러 분들의 ‘덕’으로 무사히 지내온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 반짝 잘했다고 해서 내년을 장담할 순 없어요. 제작되는 작품수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홍보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거든요. 매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日 애니 ‘센과 치히로…’ 200만 가장 감격

마지막으로 그동안 홍보한 작품 중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다. 질문의 저변에는 흥행신화를 쓴 새로이 한국작품 중 하나이겠거니 ‘쉽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신 대표는 2002년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꼽았다.

“당시 한국시장에서 활성화 된 애니메이션은 미국 작품들밖에 없었어요. 2001년 개봉작 ‘슈렉’이나 월트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정도가 인기를 얻었을 때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30만 명만 들어도 대성공이었거든요. 그런데 200만 명을 돌파해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죠. 당시 월드컵 열기가 가시지 않았고,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챔피언’을 들고 나왔을 때라 참패만 모면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는데 뜻밖의 선전에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남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고 개척할 때 환희를 느낀다는 신 대표. 끊임없이 새로운 콘셉트를 연구하는 ‘영화인’이 한국영화 시장의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