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엄마가 없다면…영화 ‘조용한 혼돈’과 ’바람없는 나무’

기사승인 2009-08-28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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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엄마가 없다면…영화 ‘조용한 혼돈’과 ’바람없는 나무’

[쿠키 연예] 가정에서 엄마, 혹은 아내의 빈자리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들여다본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27일 올려진 ‘조용한 혼돈’은 갑자기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슬픔을 그린다. 기업체 중역인 피에트로(난니 모레티 분)는 해변에서 놀다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준다. 그리고 별장으로 돌아온 그에게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장례를 치르고 딸 클라우디아를 학교로 바래다준 첫날, 그는 학교 앞에서 계속 기다린다. 벤치에서의 삶은 그의 일상이 된다. 신문을 읽고, 근처 카페에서 밥을 먹고, 매일 오는 다운증후군 소년에게 자동차 리모컨 소리로 인사를 하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매력적인 여인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가슴속에 감춰뒀던 슬픔은 한순간 격랑하는 파도처럼 몰려든다.

영화는 한 남자가 슬픔을 담담하게 극복해가는 모습을 담는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전하는 절제된 연출과 연기가 인상적이다. 난니 모레티는 200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들의 방’ 감독이자 주연배우다. 이탈리아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같은 날 개봉한 ‘바람없는 나무’는 친척에 맡겨진 어린 자매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섯 살 진과 동생 빈은 고모와 함께 산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진 엄마가 아빠를 찾으러 간다며 자매를 맡기고 떠난 것. 진과 빈이는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엄마가 찾으러 올게”란 말을 믿고 기발하고 귀여운 행동으로 돼지저금통의 배를 꽉 채운다. 그러나 엄마는 오지 않고 시골 할머니에게 다시 맡겨지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배경음악도 없이, 아이들의 모습을 극단적인 클로우즈업으로 보여준다. 김소영(41) 감독은 “아이들의 답답한 상황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며 “내가 하고자 이야기에 음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음악이 들어가면 영화가 감상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작인 ‘방황하는 날들’로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미국 선댄스영화제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던 김 감독은 이 영화로 베를린영화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진과 빈을 연기하는 김희연과 김성희는 전문배우가 아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표현하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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