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김범수의 결혼, 안문숙은 ‘No Problem’

기사승인 2015-12-10 15: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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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김범수의 결혼, 안문숙은 ‘No Problem’

"최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범수의 결혼 소식에 인터넷이 뜨거웠다. 그가 출연했던 JTBC ‘님과 함께’라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의 하차 시기와 실제결혼의 시간 차이가 짧기 때문이다.

대중은 ‘가상’이라는 것을 알고 봤다. 그럼에도 축하보다는 ‘허탈감’과 ‘실망’을 더 느꼈다. 대중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상이지만 ‘감정 이입’이 된다. 가상이지만 ‘진짜 부부’처럼 여기기도 한다.

‘님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 ‘남남북녀’와 같은 프로그램에 많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관음증’이다. 시청자들이 TV라는 네모난 구멍을 통해 연예인들의 생활을 보면서 만족하는 심리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대상(연예인)이 가상으로라도 결혼을 해서 보여주는 ‘감정의 교류’를 TV 화면을 통해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입이 깊게 되면 될수록 그들을 ‘실제 커플’로 여긴다.

‘감정이입(empathy)’이라는 말은 1858년 독일의 헤르만 로체(Rudolf Hermann Lotze)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전쟁영화를 보면서 총알이 날아오는 장면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실제로 몸을 비틀어서 피하거나 허리를 숙인다. 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또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특히 여성 시청자는 자신의 감정의 공간에 던져 넣는다. TV 속 인물의 눈물은 더 이상 타인의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손을 잡고 있고 앉아 있기 때문에 눈물을 볼 때 감정이 같이 일어나게 된다. 보통은 남성 시청자들은 남자 연기자에게, 여성 시청자는 여성 연기자에게 쉽게 빠져든다.

이번 결혼 소식에 ‘비즈니스 커플’이었다고 ‘허탈감’과 ‘실망감’을 보이는 시청자들은 충분히 감정이입이 된 상태일 것이다. 특히 남성 시청자들은 김범수가 배우 안문숙이 아닌 다른 여성과 이미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 태연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허탈감’이 들었을 것이다.

반면에 여성 시청자들의 경우에 안문숙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돼있기 때문에 김범수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든 달콤한 말들이 ‘실망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첫째로 ‘시간’에 의한 ‘실망감’이 클 것이다.


2014년 9월 3일 ‘님과 함께’ 시즌1에서 코미디언 지상열과 탤런트 박준금의 친구 커플로 김범수와 안문숙이 처음 출연했다. 그리고 시즌1은 그 해 12월 30일 끝이 났다. 이후 2015년 5월 7일 시즌2에 다시 두 사람이 커플로 출연했다. 그리고 10월 8일에 마지막 방송으로 하차했다. 그리고 김범수는 12월 8일 ‘비밀독서단’ 프로그램 녹화에서 “저는 아주 최근에 결혼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님과 함께’ 시즌2 하차시기와 실제 결혼의 차이는 2개월이 안된다. 여성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기간이 너무 짧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실망감’이 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는 것이 있다.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린다.

2011년에 정신과 의사인 정성훈씨가 쓴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에 의하면, 1927년에 러시아의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라는 여성 임상 심리학자가 발견한 실험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카페에서 웨이터가 손님들의 주문을 잊지 않고 정확하게 기억해서 서빙하는 모습에 놀라움과 흥미를 느꼈다. 그녀는 카페를 나오면서 웨이터에게 이전 사람이 주문한 음식에 대해 다시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웨이터는 계산이 끝난 주문을 왜 기억하고 있어야 하냐며 당황해 했고, 자이가르닉은 이 모습에서 ‘기억’에 대한 실험을 생각해 낸다. 무엇인가 ‘끝’이 난 것을 기억하는 것과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실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164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A와 B그룹으로 나눈 뒤에 여러 가지 시 쓰기, 연산하기 등 약 20개의 과제를 주었다. A그룹은 중간에 끊지 않고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B그룹은 각 과제를 중단한 뒤 다른 과제를 하도록 했다. 두 그룹에게 자신들이 어떤 과제를 했는지 기억하게 했는데 놀랍게도 B그룹이 두 배나 많이 기억했다. 즉 완성되지 않은 ‘일이나 사건’에 대해 기억이 더 오래 되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실험자인 자이가르닉의 이름을 따 만든 것이다.


가상결혼 프로그램에서 부부로 나온 연기자들을 오래 기억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이가르닉 효과’인 것이다. 가상 부부로 연기했고 실제로 부부가 되지 않고 중간에 중단된 상태로 하차하기 때문에 시청자들 마음속에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중들과는 달리 ‘연기’를 한 당사자인 김범수와 안문숙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왜? 그들은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즉 감정이입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김범수와 관련된 기사만 있지 안문숙의 반응에 대해서는 기사가 없다.

그래서 뒤지고 뒤진 결과 안문숙씨의 인터뷰 내용을 하나를 찾아냈다.

올해 우먼센스 6월호에서 ‘안문숙, 김범수 커플을 만나다-우리 진짜 사랑일까요?’라는 제목의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기자가 “그거 진짜예요? 첫날밤이요”라고 묻자 안문숙은 “리얼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뿌듯했어요.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마세요. 시청자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거든요.(웃음)”라고 대답했다.

연기자들 본인들은 철저하게 ‘리얼(real) 감정’을 통제해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청자들만 감정이입이 된 상태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씁쓸하게 웃는다.

책상다리에 발을 부딪쳤다고 해서 책상다리에 “너 때문에 정말 실망했어! 정말 아프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감정’ 없는 사물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연기라도 ‘감정’ 있는 사람이 만드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이해 가능한’ 반응이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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