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지금까지 이런 음악영화는 없었다…‘더 테너’ 실제인물 만나다

기사승인 2015-01-06 07: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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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상 기자

김상만 감독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한 편으로 만들어야 될 정도”라고 하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더 테너는 메이저 제작사 투자를 받지 않아 배급도 여의치 않았다. 개봉하기까지 6년이 걸렸지만 김 감독은 “덕분에 해외영화제에 다니고 후박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다”며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실제 모델인 성악가 배재철씨도 긍정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음악 영화는 처음이지 않냐”며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세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천재 테너 배재철(유지태)이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은 후 매니저 사와다(이세야 유스케), 아내(차예련)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더 테너.’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화려한 오페라 무대와 음악이 어우러져 감동을 줬다. 감독과 실제 모델이 본 영화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상만 감독(김): 실화적인 감동을 온전히 전하는 것과 그 안에서 실존인물을 왜곡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죠. 극 초반부 배재철(유지태)이 재능을 뽐내고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지는데요. 실제 배 선생님 모습에서 많이 과장한거죠. 후반부에서는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으로 비춰 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은 정말 죄송했습니다(웃음).

성악가 배재철(배): 하하하 아니에요. 절대요. 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어요. 이야기가 각색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궁금했어요. 감독님이 왜곡돼서 전달되지 않게 정말 노력했어요. 연출적인 면에서 따로 부탁한 적은 없고요. 감독님 고유 재량이라고 생각했죠.

-시나리오 작업할 때부터 유지태씨를 염두에 둔 건가? 배재철씨와 외적인 싱크로율은 높지 않아 보였는데?

김: 외적인건 생각하지 않았어요. 배 선생님의 생각, 테너로서 모습 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실존 인물과 완벽한 싱크로율은 필요 없다고 봐요. 신기한건 유지태씨가 오페라 연습하고 연기하면서 점점 배 선생님과 싱크로율이 높아졌어요. 보는 사람들이 배 선생님 같은 느낌이 난다는 말을 많이 했죠.

배: 일본에서는 저와 유지태씨가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영화배우에 대한 실례’라고 했죠(웃음).

-그렇다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김: 지태씨가 처음에 물어봤어요. 외모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모습들을 비슷하게 하길 원하느냐고요. 그 때 ‘아니다. 나는 지태가 해석한 캐릭터를 보고 싶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결과물에서는 굉장히 비슷하게 보였어요. (유지태씨) 노력은 정말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배: 저도 사실 (지태씨에게) ‘이렇게 행동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다’고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성악가의 특징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입 모양, 표정 등을 이야기했죠. 저의 인간적인 부분, 특성 등을 참고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지만은 않은데?

김: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관객들과 교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스토리 자체만으로 감동적이지만 결말을 예측하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 솔직히 말하면 제가 휴먼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고통을 겪고 좌절해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연출할거라고 예상 못했죠. 그런데 처음 제안이 왔을 때 배선생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자체가 감동적이었고 제가 생각해왔던 테마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완벽을 지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제 나름대로 내린 해답은 ‘완벽이라는 건 없다’였어요. 한계 안에서 자기 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런 식의 테마와 배 선생님 이야기가 맞아떨어진 거죠.

배: 누가 보면 진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우리 삶이라는 게 이런 형태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어요.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정도의 차이겠죠.

-오페라 영화를 연출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 오페라라는 장르가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죠. 저도 이전부터 좋아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느낀 만큼 관객들한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정통 오페라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극중 90% 이상이 본인이 부른 오페라를 사용했는데 몰입이 더 잘 됐을 것 같다

배: 반대죠. 감독님은 영화를 보면서 연출적인 측면을 많이 봤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음악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회를 가면 저도 모르게 분석을 해요. 감독님이 영화를 다 만들었을 때 저는 음악밖에 안 들렸죠. 이 부분은 ‘이렇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걸’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럼 가장 인상적이거나 몰입이 잘 된 장면은 없었나

배: 극중 ‘다시 무대로 돌아가야 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 심정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감정이 100% 전해졌어요. 제가 무대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기적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천부적 재능 or 후천적 노력 둘 중 어디에 해당하나?

김: 저는 재능이 그다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하고 싶은걸 하는 스타일에요. 음악, 미술 감독을 할 때도 능력이 없었으면 안 했겠죠. 제가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최대한 보여주려고 해요. 한계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나에게 온 기회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즐겁게 잘 하자는 주의에요.

배: 천부적 재능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난거죠. 제가 거저 받은 거라고 할 수 있겠죠. 노력은 온전히 제가 일궈내야 되는 부분이 완전히 틀릴 것 같아요. 목소리를 잃은 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적인 성숙이 정말 많이 이뤄졌어요.

[쿠키人터뷰] 지금까지 이런 음악영화는 없었다…‘더 테너’ 실제인물 만나다

-일본인 매니저를 한국인으로 설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일관계는 고려하지 않았나?

김: 영화를 만들기 전에 고려를 안 한건 아니에요. 근데 다큐멘터리 볼 때 내가 그런 생각을 했나? 안 했거든요. 특수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우정이 빛나는 거죠. 그 이야기만 제대로 구현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물론 정치적인 문제는 해결돼야겠지만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면 그런 벽이 전혀 없어요. 실제로 MBC ‘무한도전’에 나온 양평이 형(하세가와 요헤이·44)이랑 되게 친해요. ‘사생결단’ 때 음악 같이 했었는데 전혀 그런 벽이 없었어요.

배: 실제 제 매니저 와지마 토타로와 저는 지금 한일 양국의 관계가 극도로 나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정치적인 걸로 갈라놓을 수 없다고 봐요. 서로를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는 건 국적과 상관없죠. 국적 때문에 서로 미워하는 마음은 없어졌으면 해요.

-해외 영화제에 많이 초청됐는데 각국 반응은 어땠나

김상만: 일본에서 개봉하고 상해영화제에 초청받고 상영할 기회가 좀 많았어요. 근데 (반응이) 굉장히 동일했어요. 물론 중국에서는 사소한 거에 많이 웃는 등 디테일적인 부분은 차이가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똑같더라고요.

-더 테너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 영화라는 게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것, 허구라는 생각이 먼저 들잖아요. 더 테너는 허구가 아닌 현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영화화했어요. 각자 처해있는 상황으로 몰입이 가능한 영화 아닐까요. 본인이 처한 상황이 힘들 때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 영화는 그걸 보여주거든요. 저 역시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고요.

김: ‘모든 사람한테는 자기만의 무대가 있다. 응원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무대에 올라가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면 합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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