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외국인에게 홍어 먹이는 게 재밌나요?

기사승인 2014-10-27 1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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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외국인에게 홍어 먹이는 게 재밌나요?

요즘 TV를 틀었다하면 외국인이 등장하죠.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을 막론하고 외국인의 TV출연은 대세입니다. 하지만 대세에 따라 특집을 마련한 예능 프로그램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26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글로벌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외국인 부녀·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모습이 그려졌죠. 윤민수 부자와 안정환 부자는 미국인 시나드 패터슨 부자와 함께 짝을 이뤘습니다. 이들은 한식당에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시나드에게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물으니 해산물이라고 합니다. 윤민수는 메뉴를 추천해주겠다며 홍어삼합을 주문했고, 직접 김치와 삼겹살과 홍어를 싸서 먹여줬죠. 시나드는 맛있다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선글라스 사이로 콧잔등에 땀이 흥건합니다. 이어 아들 시나드 주니어도 먹었습니다. 코와 귀가 뻥 뚫리는 특유의 톡 쏨에 아이는 울먹이기까지 합니다.

같은 시간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도 외국인이 등장합니다. 우연찮게도 ‘룸메이트’에서도 홍어를 먹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일본인 배우 오타니 료헤이와 미국 출신 가수 god 멤버 박준형이 홍어를 먹고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벌칙으로 음식이 등장하곤 합니다. 까나리 액젓이나 고추냉이, 캡사이신 등의 자극적인 음식을 출연진들에게 먹이고 반응을 관찰하죠. 시청자들은 이들이 괴로워하거나 울먹이는 모습에 재미를 찾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벌칙들은 원초적 웃음을 유발하지만 가학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두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예능인데 재미로 보자”라는 의견과 “강제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 건 보기 불편했다”라며 분분했습니다.

한국과의 문화차로 외국인이 느끼는 낯설음이 우리에겐 재미가 될 수 있죠. 그러나 상황을 연출해 억지스런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예능의 본질인 재미까지도 잃게 합니다. 아무리 외국인 예능이 대세라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강요해야했을까요? 이게 정말 재밌나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