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입소문 난 tvN ‘미생’ 지상파 방영 드라마였다면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4-10-27 13: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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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입소문 난 tvN ‘미생’ 지상파 방영 드라마였다면 무슨 일이?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이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입소문을 탄 미생은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다 25일 4회 방영분에서 3.6%, 최고 시청률 4.9%(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를 달성했습니다.

출연진들은 꼼짝없이 시청률 3% 달성 시 내세운 공약들을 지키게 됐네요. 임시완(장그래 역)은 “한 회사에 간식을 싸들고 찾아가겠다”, 이성민(오상식 역)은 “출근길에 프리허그 하겠다”, 강소라(안영이 역)는 “치킨과 맥주를 쏘겠다”, 김대명(김동식 역)은 “전국의 ‘김 대리’ 50명과 영화를 관람하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인터넷에선 “원작보다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평 일색입니다. “드라마라면 질색하던 남편이 푹 빠졌다” “장그래가 PT에서 말을 더듬거리는 것까지 현실적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네요. 특히 “시청자가 사무실에 앉은 것 마냥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며 사운드팀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딸각’거리는 마우스 소리와 타자 소리, 컴퓨터 윈도가 켜지는 소리, 서류 정리하는 소리, 옆 팀에서 올리는 전화벨 소리까지 작은 것도 놓치지 않은 배경음이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다는 겁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것일까요. 미생이 최고 시청률을 찍던 날 난데없이 지상파 드라마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미생이 만약 지상파로 나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랐습니다. 미생이 케이블 채널이 아닌 KBS·MBC·SBS를 통해 방영됐다면 캐릭터들의 성격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장그래는 출생의 비밀을 품은 채 비범한 능력이 있고, 안영이는 장그래에 대해 처음엔 별생각이 없다가 차차 끌려 사랑하게 되고, 장백기(강하늘 분)는 안영이에게 첫눈에 반해 장그래를 적대시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삼각관계’를 이어가다 ‘낙하산 인턴으로 꼽힌 장그래가 알고 보니 전무의 아들이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비꼬았네요. 글을 본 네티즌들은 “엘리트 인턴인 안영이도 전무의 숨겨놓은 딸, 그렇게 이복남매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되는데…”라거나 “사랑 쟁탈전에서 승리한 장그래, 해피엔딩인가 싶더니 안영이가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고 마는데…”라며 한술 더 뜨는 댓글을 달며 시시덕댔습니다.

미생 원작자인 윤태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실제로 지상파 관계자들은 앉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러브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거였다”며 “러브라인이 나오면 이야기가 변질되기에 뉘앙스 정도만 있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지상파 측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포기를 못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미생이 케이블 채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이유를 밝힌 겁니다. 윤태호는 이어 “tvN의 김원석 PD가 ‘전형적인 러브라인은 없다’고 가장 먼저 약속해 신뢰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엔 원작에 없던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장그래와 안영이가 서로를 애틋하게 쳐다보는 장면이 여럿 등장합니다. 뉘앙스만 풍기다가 끝날지 러브라인이 이뤄질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생은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직장동료간의 우정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원작 만화를 보면 서로 일이 너무 바빠 사랑할 겨를도 없겠더라”라는 감상을 적어 호응을 얻었습니다.

사랑 이야기를 배제한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인기몰이. 네티즌들을 “오랜만에 괜찮은 드라마가 나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이 꼭 등장하는 드라마 시장에서 이 시도가 얼마나 먹혀들어갈지, 또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