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윤계상 “많이 바꼈어요 저. 옛날의 이상한 계상이 아니에요”

기사승인 2014-10-23 14: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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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상 기자

영화 ‘레드카펫’에서의 배우 윤계상(36)은 반갑다. ‘풍산개’(2011) 이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여서일까. 하지만 단순히 그래서만은 아니다. 한결 밝아진 표정과 분위기가 보기 좋다. 작품 속 이런 모습은 훨씬 더 오랜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영화에서처럼 쾌활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레드카펫’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며 또 활짝 웃었다. 작품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가 높아보였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윤계상은 영화에 자신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았다. “저 괜찮아요. 열심히 할 거예요.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레드카펫’을 잡을 때가 꿈에 대한 생각이 위태로웠던 타이밍이었어요.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나’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요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를 해봤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듣고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내 얘기 같은 거예요.”


윤계상은 그렇게 에로영화 감독 정우가 됐다. 극중 정우는 10년째 에로영화를 찍고 있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엔 늘 꿈이 있다. 가족들에게도 떳떳한 상업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늘 혼자 시나리오를 쓴다. 가슴 속에 품은 꿈을 향해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는 모습이 실제 윤계상과 닮았다.

윤계상은 그룹 지오디(god) 멤버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2004년 개봉한 ‘발레교습소’가 첫 작품이었다. 어느덧 배우경력은 10년쯤 됐다. 준비기간까지 합하면 더 길어진다. 윤계상은 “(처음엔) 출신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고 털어놨지만 이제 그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에겐 대표작이 없다. ‘윤계상’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몇 있다. 그런데 누구나 인정할만한 흥행작을 꼽긴 어렵다. 선택했던 작품들 대부분이 무거운 메시지를 담았던 게 이유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어둡고 침울한 내용은 관객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그런 작품 분위기는 그대로 그의 이미지가 돼버렸다.

[쿠키 人터뷰] 윤계상 “많이 바꼈어요 저. 옛날의 이상한 계상이 아니에요”

윤계상은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날 너무 어둡게 봤고 내 스스로도 그렇더라”며 “이미지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계속 이런 식이면 안 되겠다 싶어 2년 전부터 시험단계에 들어갔다”고 했다. 다양한 역할과 시도를 해보던 중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것이다. 윤계상은 “대중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대중들이 원하는 내 이미지는 뭘까’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 꿈에 대한 확고한 생각도 갖고 있었다. 윤계상은 “솔직히 4년 전까지만 해도 남우주연상 타는 게 꿈이었다”며 쑥스럽게 웃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 필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과정에서 오는 행복이 소중하다는 걸 이젠 깨달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배우의 끝이 꼭 흥행이고 성공이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작품마다 팬들이 한명씩 늘어가는 게 소중하고 좋은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배우를 하면서 행복해지는 게 지금의 꿈이에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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