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년… 서태지·김동률, ‘비슷한 듯 다른’ 오빠들의 요즘은

기사승인 2014-10-19 0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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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나인틴스 아이콘(90’s Icon)/ 물러갈 마지막 기회가 언제일까 망설이네/ 질퍽한 망상 끝을 낼까/ 낡아빠진 액자에 갇혀버린 환영들/ 내 바람과 망상들로 내 방을 채워가네.’

‘문화 대통령’이라 불렸던 서태지(본명 정현철·42)의 현재 마음이다. 새 앨범 수록곡 ‘나인틴스 아이콘(90’s Icon)’에 담았다. 5년 만에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돌아온 서태지는 컴백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첫째는 이혼이다. 배우 이지아(본명 김지아·35)와 8년여간 법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총각인 줄 알았던 톱스타의 이혼 소식은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둘째는 다시 결혼. 배우 이은성(26)과 공개적으로 부부가 됐다.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 뒤엔 2세 소식을 전했다. 늘 소년 이미지를 유지하던 그가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지쳤다. “이젠 탈덕(팬 생활을 그만 둠)을 하겠다”며 20년 세월을 등지고 떠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근의 그는 어딘지 달라졌다. 예전엔 늘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느낌이었다면 이젠 서서히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새 앨범은 대중적인 곡들로 채웠고, 후배 가수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 곡까지 만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KBS2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18일에는 오랜만에 팬들을 직접 만났다.

서울 잠실 주경기장서 열린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에서 서태지는 “지난 5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인생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저도 여러분의 인생도 저물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어둠이 오진 않은 듯하다. 공연장을 채운 2만5000여 관객(소속사 집계)들은 뜨거운 환호로 위로를 대신했으니.

김동률(40)은 굴곡이 없다. 놀라우리만큼 평정을 유지한다. 흔한 스캔들 한번 없었다. 데뷔 후 20년 동안 그는 늘 한결같은 음악을 내놨다. 누구나 공감하고 감성에 젖을만한 음악들이 많다. 이게 바로 그의 무기다.

김동률은 새 앨범을 발표해도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출연한다 해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류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이 전부다. 이번 6집 ‘동행’을 내놓고는 그마저도 없다. 놀라운 건 별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최근 가요 프로그램에선 재밌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출연자들은 아이돌 일색인데 정작 1위 후보에는 나타나지도 않은 사람이 오른다. 김동률이다. 지난 SBS ‘인기가요’, KBS2 ‘뮤직뱅크’에서 그는 1위를 차지했다. 방송점수는 형편없지만 음반점수로 뒤집는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어느덧 20년… 서태지·김동률, ‘비슷한 듯 다른’ 오빠들의 요즘은

하지만 팬들과의 소통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의외로 SNS 활동에 열심이다. 김동률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주 소식을 전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음악작업을 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얼마 전부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김동률의 동행, 음악을 읽다’라는 음악 에세이를 연재 중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강세형 작가가 동행 앨범 수록곡 10곡을 소재로 쓴 에세이 10편을 엄정화, 존박 등 동료들이 읽어 음성으로 녹음했다. 이 파일들을 차례로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률은 이번 앨범을 공개하면서 남긴 글에서 “한 장 한 장 앨범을 만들어 갈수록 제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동행이다”라고 적었다. 팬들에게 전하는 얘기다. 동명의 수록곡에서 그는 또 이렇게 위로를 건넸다.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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