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마셰코3’ 우승 최광호, 무직에서 3억 상금의 주인공 되기까지

기사승인 2014-08-26 16: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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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제공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 셰프 코리아 3’ 시청자들은 아무도 최광호(28)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에서 곱상한 외모만 돋보였을 뿐 대단한 실력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최광호가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뒀던 스킬을 발휘하더니, 기세를 몰아 우승까지 차지했다. 카이저 소제급 반전이었다.

‘마셰코3’는 비록 시즌 1·2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광호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독특한 목소리에 조리 있는 말솜씨, 훈훈한 외모는 ‘마셰코3’에 여성팬을 끌어모았다. 역대 ‘마셰코’ 시즌 중 가장 많은 7000명의 도전자를 물리치고 최광호는 1등을 거머쥐었다. 갑자기 생긴 유명세나 인기에 어깨가 으쓱해질 만도 하지만 최광호는 겸손했다. 텔레비전 속 모습과 똑같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무직에서 상금 3억의 주인공 마스터 셰프가 되기까지. 반전 매력남 최광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셰코3’ 우승, 요리 선택한 게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최광호는 처음에 요리와 관련 없는 항공대에 진학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과감히 자퇴했다. 이후 호주로 가 호텔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가 취미였다. 내가 한 음식을 먹는 사람을 보면 행복하고 즐거웠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주로 건너가 ‘마스터 셰프 오스트레일리아’를 처음 봤는데,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 지원했으나 면접에서 떨어졌다. 서른이 되기 전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시즌 3에 다시 지원했다. 저기 나가서 마스터 셰프가 되면 내 자신이 요리를 택한 게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셰코3’, 직장 포기할 정도로 절박했다”

‘마셰코3’에는 유학생, 도축업자, 마술사, 고등학생, 주부, 수영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이 있었다. 그 중 최광호는 유일하게 무직이었다.

“이 나이에 무직이었겠냐.(웃음) 그 전에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도전자들의 경우 직장을 다니면 휴직을 하거나, 학생인 경우 휴학을 했다. 그러나 나는 과감히 일을 그만뒀다. 일에 묶여있으면 절박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서 죽든지 살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왜 굳이 ‘마셰코3’에 나가는데 직장까지 그만둬야겠냐고 만류했다. 대책 없기도 한데 하고 싶은 건 해야 되는 성격이다. 이제 무직에서 셰프로 거듭났다.(웃음)”



“국가비랑 썸 타냐고? 정은 제일 많이 들었다”

최광호는 함께 결승에 올라간 국가비와 열애설이 나왔다. 이유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3 100일간의 이야기’에서 도전자들이 입을 모아 “최광호와 국가비가 항상 붙어있다. 썸을 타는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광호는 “남매같은 사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열 네 명 도전자 중에서도 가비랑 제일 친하다. 24시간을 두 달간 합숙하면서 안 친해질 수 없다. 친한 친구보다 더 붙어있는 거니까. 가비와 성격도 잘 맞고. 외국 생활을 오래해 우리 문화를 이해를 못하면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우리 둘이 썸을 탄다는 기사가 나는 걸 보면 웃기다. 앞으로 관계가 발전할 것 같냐고? 전혀 아니다.”

“고집 센 나, 자신을 낮추는 법 배웠다”

‘마셰코3’ 팀 미션에서 땅콩국수를 전담한 최광호는 팀의 패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땅콩국수로 심사위원에게 혹평을 당했지만, 이어진 탈락미션에서 또 국수 메뉴를 선보였다. 좋은 평을 못 듣자 국수로 만회하고 싶어, 오기로 다시 도전했다고 최광호는 설명했다. 두 번째 국수 역시 혹평을 받았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자존심이 있다. 내가 하는 게 다 맞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이 있다. 고집을 부려서 한 요리는 혹평을 받는다. 반면 조언을 듣고 요리에 반영시킨 음식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양과 맛도 더 잘 나온다. ‘인정받아야지, 보여주겠다’라는 생각으로 하면 실패한다. 요리에는 진심이 들어가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내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웠다.”

“심사위원의 독설, 자존심 상했지만 나를 성장시켰다”

‘마셰코3’의 심사위원으로 이전 시즌에서 활약했던 강레오 셰프, CJ그룹 노희영 마케팅 고문에 이어 미슐랭 스타 셰프 김훈이 새롭게 합류했다. 최광호는 이들의 심사평에 상처를 입었지만 오히려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100인의 오디션에서 김훈이 심사위원이 한 말이었다. ‘정말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음식은 맛있다’고 하더라. 당시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내 자신을 많이 낮출 수 있게 됐다. 도움이 많이 됐다. 노희영 심사위원의 평가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플레이팅에 약한 편인데, 노 위원이 ‘최광호씨 만의 스타일이 있다. 근데 고급스럽지 않다는 건 본인도 잘 알지 않냐’면서 ‘그래도 스타일이 발전하는 게 보인다’고 평가해 주셔서 굉장히 좋았다.”

“상금 3억보다 우승 타이틀이 더 값져”

최광호는 우승한 사실이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상금을 받아봐야 1등한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3억 상금보다 우승 타이틀이 더 자랑스럽다고.

“3억이라는 큰 돈을 어디에 써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했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사용하도록 묻어놓을 생각이다(웃음). 일단 요리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조금 더 내실을 다지고 단단해지려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 먹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셰프들이 바라는 나만의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 아직은 좀 이른 것 같다. 많이 공부하고 준비가 됐을 때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타이틀 무겁지만, 그에 걸맞는 셰프 되고 싶어”

최광호는 유명 셰프들 중 닮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어떤 셰프처럼 되기보다는 나만의 특성을 보여주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마셰코3’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강레오나 김훈이 셰프를 꼽을 법도 한데 똑 부러지게 소신을 밝혔다.

“우승 후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다. 마스터 셰프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만한 그릇이 되고 싶다. 정말 많이 노력하고, 여러 음식을 먹어보고 배워서 그 이름에 걸맞는 셰프가 되고 싶다. 딱 최광호 하면 딱 떠오르는 요리가 있는 셰프, 그게 꿈이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