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한예리 “‘해무’의 홍매는 강한 여자, 나라면 도망쳤겠지만…”

기사승인 2014-08-08 16: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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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감독 심성보)는 선이 거친 영화다. 어두운 새벽부터 밤, 안개로 둘러싸인 좁은 배, 검푸른 파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치밀하지 못하다. 갈 곳을 잃은 이야기는 단순해지지만 그 가운데에서 배우 한예리가 드러난다. 꼭꼭 감정을 눌러 담은 표정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점점 단단해지는 조선족 처녀 홍매는 ‘해무’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길을 끝까지 찾아 나가는 인물이다.

“제가 홍매가 아니라 배우 한예리로서 전진호에 탔다면 작품의 초반부에 도망쳤을지도 모르죠. 홍매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하죠.”

해무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한예리를 제외하고는 작품 초반의 한 명 뿐이다. 바다에 고립된 작은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악의와 본능에 노출된 작은 몸집의 처녀는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다. ‘배에 여자가 타다니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선장이 지배하는 전진호에서 홍매는 육지로 가는 길로 향한다.

“처음에는 ‘해무’가 멜로인 줄 알았어요.”

웃음을 터트린 한예리의 말이다. 해무는 거친 파도와 안대 속에서 순박한 선원 동식과 홍매가 피워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시나리오를 읽고 멜로라고 생각했다는 한예리는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멜로라는 단어조차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많은 고생을 겪었다.

“한겨울에 바다 한가운데서 맨다리로 바닷물에 빠지는 거예요. 비 뿌리고 어두운 조명에, 옷 안에 물 다 들어오고…. 사실 동식 역을 맡은 박유천씨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물에 빠지는 장면이었어요. 처음 만나 어색하거나 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코리아’ 때에는 운동 때문에 체력을 많이 썼다면, 이번에는 촬영 자체가 힘들었죠.”

여배우 혼자 바다 한가운데서 많은 배려를 받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예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홍매가 고된 일을 당하거나, 눈물 흘리는 등 어두운 장면을 찍을 때마다 배우부터 연출부까지 모두 저를 정말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장면이 끝나면 분위기를 잽싸게 환기시키고 토닥토닥 안아 주셨죠. 극이 진행되며 무거운 장면을 연기할수록 모두 서로를 응원하며 찍었어요.” 그렇다면 해무를 다시 찍자고 하면 다시 찍을 수 있을까. 짓궂은 질문에 한예리는 “처음 해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바로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다시 하자고 하면 3일은 고민한 후에 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쿠키 人터뷰] 한예리 “‘해무’의 홍매는 강한 여자, 나라면 도망쳤겠지만…”

한예리는 예쁜 배우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흰 피부, 조리 있는 말솜씨를 보면 여태껏 해왔던 무뚝뚝하고, 말 없고 단단한 배역들도 좋지만 다른 한예리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로맨틱 코미디 물, 혹은 멜로나 코믹물에서의 한예리는 어떨까.

“저는 매번 어떤 역할이 하고 싶다, 어떤 극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아요. 시나리오가 매력적이라면, 그 안에서 제가 맡을 캐릭터가 크고 작고는 관계없이 그 대본에 매료되죠. 로맨틱 코미디요? 해 보고 싶기는 하네요. 감독님들, 러브콜 부탁드립니다. 하하.”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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