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로이킴 논란, 싸가지 문제 아닌 해석의 간극 때문

기사승인 2013-07-14 15: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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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로이킴 논란, 싸가지 문제 아닌 해석의 간극 때문


[친절한쿡기자] 말 한마디가 무서운 세상입니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자신의 페이스북 비밀계정에 최강희 전 국가대표 감독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남겼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기성용은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에게 사과했지만 한 번 실추된 이미지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한국 축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들추는 계기는 됐지만, 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느낀 문제를 ‘문제’라고 제기하고 공론화할 때는 그에 맞는 적절한 방법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 알리고 싶었던 문제 대신 그 문제를 제기했던 방법이 더 큰 논란거리가 되곤 합니다.

오늘(14일)은 오전부터 가수 로이킴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랐습니다. 사건을 요약하면 가수 로이킴이 지난 13일 자신의 단독 콘서트 공연장에서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을 비방했다는 것입니다. 로이킴은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의 멜로디를 넣은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축가’를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제가 작곡한 것이 맞지만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표절 여부에 관해서 이 글에서 밝히는 건 무의미합니다. 또한 작곡가마다 음악평론가마다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기에 ‘표절이다’고 확실히 말할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논란은 로이킴이 싸가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변해 버렸습니다.

로이킴의 발언은 어느 방향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로이킴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풋풋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맛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디스 논란이 있는데 전혀 안 했고 ‘장범준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이게 와전되고 멋대로 해석돼서 기겁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같은 공연장에 있었던 버스커버스커의 팬은 로이킴의 발언을 디스로 해석했고 녹음했고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이렇게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걸까요. 그 원인은 겉으로는 객관적인 ‘텍스트’ 같아 보여도 제2, 제3자는 이미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스스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면 ‘수능에 나오는 문학 작품 주제는 그 작가도 못 맞추더라’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런 이유입니다. 결국 텍스트와 해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적합한 공간에서 더 적합한 말로 세련되게 표현해야 합니다. 로이킴은 “(장범준) 선배님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었으나, 자신의 공연장이었기에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로이킴은 아직 어렸고 계산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솔직했던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로이킴 논란은 그가 싸가지가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라 텍스트를 바라보는 인간의 서로 다른 가치 체계와 해석 툴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한 마디 덧붙이면 며칠 전 로이킴은 인터뷰 차 방송 녹화를 마치고 (장마였기에) 샌들을 신고 사무실에 왔습니다. 기자는 ‘편안하게 보이네요’라며 편안해 보여 좋다는 의미로 말을 건넸지만, 로이킴은 “이렇게 입고 오면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겠네요. 죄송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샌들’ 하나만 보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무서운 해석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남을 숙제인 것 같습니다. ‘샌들’ 하나로도 죄송하다고 말했던 로이킴, 기자에겐 개념 청년으로 보였다면, 이것도 무리한 추측일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i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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