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콘서트 ‘젊음’의 재탄생과 ‘기억’의 재생

기사승인 2013-06-01 16: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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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콘서트 ‘젊음’의 재탄생과 ‘기억’의 재생


[쿠키 연예] ‘무대 위 작은 거인’ ‘가왕’(歌王) 이라는 수식어보다 그저 ‘조용필’로 불리는 게 좋다는 조용필. 그의 전국투어 ‘2013 조용필 & 위대한탄생 투어 콘서트 헬로’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 공연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신호탄을 쏘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로 30~50대의 부부 사이 혹은 친구 사이로 보이는 관객이 많았고, 간혹 모녀(母女)ㆍ부자(父子)지간으로 보이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모습은 노란색 폴로 티셔츠와 청바지로 ‘커플 룩’을 완성한 장년 커플이었다. 조용필의 콘서트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젊음의 재탄생과 기억의 재생을 불러일으킬 선물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체조경기장 1만여 좌석에 관객이 빈틈없이 들어차자 메인 조명이 어두워지고 어수선하던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던 그때, ‘헬로’라는 음성을 내뿜으며 조용필이 등장했다. 화이트와 블랙의 세련된 발팔 셔츠에 가벼운 진,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등장에 곳곳에서 종이 꽃가루가 날리고 야광봉의 향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예고했듯 19집 앨범의 타이틀곡 ‘헬로’(Hello)였다. 강렬한 기타와 드럼 연주에 조용필의 파워가 더해지며 첫 곡부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어 ‘미지의 세계’ ‘단발머리’를 연달아 소화하며 조용필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노래가 끝나자 조용필은 “오랜만에 뵙는다. 콘서트는 재작년에 했고 지난해에는 1회도 못했다. 기자들이 왜 타이틀곡을 ‘헬로’로 했는지 아무도 안 물어봐서 지금 말한다. 10년 만에 내는 앨범이고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니까 ‘헬로’로 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용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반응했다. 이어 그는 “막상 무대에 나오니까 편안하다. 노래하고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고 호통도 치며 놉시다”라고 말하며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이날 공연에서는 19집 앨범 10개 수록곡 중 8개를 편곡해 선보였다. 공연장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비트를 조금 빠르게 바꾸거나 섬세한 감정을 살리기 위해 목소리에 애절함을 더욱 담아냈다. ‘헬로’와 ‘바운스’를 포함, ‘널 만나면’ ‘서툰 바람’ ‘어느 날 귀로에서’ ‘걷고 싶다’ ‘충전이 필요해’ ‘설렘’ 등은 공연장에 최적화된 상태로 다시 태어났다.

조용필을 조용필로 있게 한 히트곡 무대도 빼놓지 않았다. 붉은 석양의 스크린을 등진 채 부른 ‘고추잠자리’, 잔잔한 키보드 반주에 맞춰 직접 기타를 메고 부른 ‘남겨진 자의 고독’, 발라드 분위기를 반전시킨 신나는 록 ‘못찾겠다 꾀꼬리’ 등을 열창하며 객석을 들었다 놨다.

이어 10대 아이돌 가수의 공연장에서나 등장한다는 ‘떼창’(관객이 가수와 함께 노래를 열광적으로 부르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도 시작됐다. 지난 1983년 발매한 5집 앨범의 타이틀곡 ‘친구여’, 84년 내놓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89년 발매한 11집의 ‘Q’ 등은 젊은 층에게는 생소했지만, 중ㆍ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각자의 추억을 재생시키며 1만여 관객은 ‘떼창’으로 조용필과 호흡했다.

조용필은 공연 중반부에 “사람들이 ‘그렇게 나이 먹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음악은 제가 생각하기에 쉬게 되면 솔직히 못한다. 아직 2~3시간은 충분히 자신 있다. 계속해서 몸을 단련하고 연습하면서 목소리의 밝기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쓴다. 죽겠어 아주(웃음)”라고 얘기해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가 영원한 ‘오빠’일 수 있는 이유였다.

‘창 밖의 여자’ ‘꿈’ ‘모나리자’ 그리고 앙코르 무대의 ‘충전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요’ 등을 끝으로 2시간 반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앙코르 무대가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관객의 얼굴이 엿보였다. 잠시 현실을 잊고 떠났던 젊은 날의 기억이 아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덩실덩실 스카프를 흔들며 춤추는 어머니 아버지 모습에서 ‘전국노래자랑’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었고, ‘떼창’과 ‘헤드뱅잉’, ‘야광봉’으로 중무장한 또 다른 어머니 아버지 모습에서 ‘록 페스티벌’의 생기와 열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전국노래자랑과 록 페스티벌. 그 이질적인 모습이 조화될 수 있었던 건 조용필이었기에 가능했다.

젊음의 재탄생과 기억의 재생(再生)을 재생(Play)하고 싶은 관객을 위해 1, 2일 서울 공연과 8일 대전, 15일 의정부, 22일 전주, 29, 30일 대구 공연이 남아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 사진=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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