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살고 혁신에 죽는다…한국수력원자력의 모토

기사승인 2009-06-22 18: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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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살고 혁신에 죽는다…한국수력원자력의 모토


[쿠키 경제] 매주 금요일 오전 8시30분 서울 삼성동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실에는 핵심 간부진이 집결한다.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영상황실’ 회의가 열리기 때문. 원자력 발전소 신규건설, 설비투자 및 확대, 예산 조기집행, 일자리 창출, 인력 감축 등 한수원을 좌우하는 굵직한 결정들이 이 자리에서 내려진다.

한수원은 고강도 인적쇄신, 납품혁신, 경영선진화 작업 등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무늬’만 개혁이 아니라 경영실적이 나쁘면 기관장이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김종신 사장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모든 임직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박차

한수원은 올해 현재 정원의 13%가 넘는 1000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했다. 비핵심업무는 아웃소싱키로 했다. 사업소에 업무를 이양하는 사업부제도 시행된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기 위해 3직급 이상 관리자의 경우 ‘직위와 직급의 분리운영제‘를 적용받는다. 능력 위주의 인사고과를 위한 방편이다.

본사 실무부서는 대(大)팀제를 도입, 기존 110여개 부서를 80여개로 축소하는 대신 8개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리·지원 부문 조직을 현장에 직접 배치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2010년에는 본사 이전과 함께 원전 본부별 사업부제를 도입한다. 사실상 본사 기능이 사업소로 대폭 이관되는 것이다.

한수원은 2004년 납품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 최근 적발된 권모 전 발전본부장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강도 높은 투명성 제고 방안도 마련했다. 구매·계약부서 장기근무 직원을 전원 보직이동했다. 납품방식도 개편했으며 전 직원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윤리경영 실천 서약도 맺었다.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자에 대한 인사제재도 강화했다. 승진을 제한하고 징계 시효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납품 대가로 금품을 받을 경우 옷을 벗으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각 처·실별로는 준법감시인 제도가 도입되고 비리행위 신고시에는 최대 5000만원까지 보상키로 했다.

이 같은 제재 조치 외에 ‘클린 파워 업(가칭)’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의식개혁에도 나섰다. 윤리 자격 인증제, 윤리 아카데미 등 윤리의식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영선진화로 위기 돌파

한수원은 매주 금요일 사장 주재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올해 총 5조3000억원 투자규모 중 60.8%인 2조8300억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키로 결정했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시달리는 계약 업체들을 위한 선택이다.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는 말 그대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신의 직장’이다. 지역주민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소 건설에 300여명, 운영·정비분야에 290여명 등 600여명을 전문 기술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고리·신월성 원전 지역에 ‘원전건설 전문기술 훈련원’도 열었다. 지난 3월에는 343명의 인턴을 선발, 청년층을 위한 잡셰어링에도 동참했다. 당초 150여명을 뽑으려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도 200여명 규모로 확대했다.

‘원전 르네상스’ 선도

한수원은 지난해 원자력 발전 이용률 93.29%를 기록,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음에도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연간 1억t 정도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의 생산단가는 ㎾당 평균 39원 정도로 유가 및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속에서도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오염이 적고 생산단가가 낮아 녹색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게 한수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현 시기를 ‘원전 르네상스’로 규정하고 2016년까지 8기의 원전을, 2030년까지는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또 원전 건설의 전 과정에서 기술독립을 이루기 위해 기술 국산화 계획을 당초보다 3년 앞당겨 2012년까지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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