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전단계냐 물 문제 해결이냐… 4대강살리기사업 논란 여전

기사승인 2009-06-08 17: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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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정부는 8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물 문제 해결과 강을 통한 국토 재탄생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여전히 대운하 전단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보 설치 및 준설과 관련한 수질 오염 문제도 지적됐다.


끝나지 않은 대운하 논란

정부는 이날 대운하 논란을 의식한 듯 질의응답 자료 맨 첫부분에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못 박았다. 준설과 16개 보를 통한 수심 확보는 저수공간이 목적이지 화물선 운행을 위한 주운수심 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 근거로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갑문과 터미널을 설치해야 하지만 마스터플랜에는 관련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화물선이 운행하기 위해서는 보의 높이를 20m 이상 높여야 하지만 이번에 설치되는 보는 5∼10m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 본부장은 “이번 기회에 운하를 둘러싼 의혹이 풀리길 바란다”며 “배가 다니기 위해선 하천 폭이 일정해야 하는데 계속 변하고 있고, 교량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발표로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전단계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입장이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최초 발표시 4개의 보를 설치하겠다고 했다가 16개의 가동보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최종 발표했다”며 “가동보는 갑문이 없어도 설계만 변경하면 운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과 교수도 “이번 마스터플랜은 대운하 1단계로 볼 수 있다”며 “낙동강의 경우 8개 보가 설치되면 화물선 운항이 가능한 6m 수심이 확보돼 9개 구간 운하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수질 오염 된다 對 수질 오염 없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보 설치시 수질 오염이 가중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보를 막는다고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 윤승준 물환경정책국장은 “갈수기에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인(TP)만 잡아주면 된다”며 “우리도 1년 넘게 화학처리방법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본 결과 인을 94% 감축했다”고 말했다.

준설로 인한 수질 오염에 대해서는 부유토사 등 수질 오염을 미리 예방하고 사고 발생시 신속히 방제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와 학자들은 4대강 모두에 보를 설치하는 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2009년 하천환경포럼’에 참가한 학자들은 금강의 경우 종단방향 생태계를 위해서는 보처럼 하천 흐름을 차단하는 시설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았다. 한강도 보 설치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곳은 예상되는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 후 설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설에 대해서도 골재 채취량이 5.7억㎥로 늘어나고 2012년까지 4대강에 한꺼번에 준설과 보 설치를 끝낸다는 계획이어서 사업 기간 내내 4대강이 흙탕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임항 환경전문 기자
hg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