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실명제 거부’ 포털업계 지각 변동될까

기사승인 2009-04-22 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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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구글코리아가 우리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거부 방침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법원이 지난 20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촉발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논란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 국내 포털업체들과 정반대 방침을 고수하면서 국내 포털시장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이원진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장벽이 없고 여러 의견이 부딪히면서 같이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실명제는 쉽게 모여 수천만개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인터넷의 장점을 못 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사용자를 위한 결정을 내렸고 자연스럽게 수익이 따라왔다”면서 “한국에서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내린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실명제 거부 방침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세계적 동영상 UCC 사이트 유튜브에서 한국으로 국가를 설정한 사용자가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게 한 조치에 대해선 “법적용이 되는 기능을 차단했다”며 “한국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지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유튜브코리아는 이달 1일부터 인터넷 실명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아예 업로드 기능과 댓글기능을 폐쇄시키면서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글코리아가 실명제 거부 방침을 고수한 것은 실명제에 반발하는 국내 네티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구글은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사용자의 구글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성장했다고 말했다. 업계 평균인 16%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여기에 실명제 파동 이후 구글에 호감을 갖기 시작한 네티즌을 흡수하면 목표로 내건 포털 3위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를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이버 망명이 늘고 있다.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 반발, 지난해 7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오픈한 가칭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exilekorea.net)’가 대표적인 사이버 망명사례. 이 사이트는 방문자가 하루 평균 193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만명 단위로 늘었다. 이 사이트엔 IP 추적 및 접속차단 방지법 등을 설명한 사이트도 소개돼 있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한 걱정이다. 국내법을 따를 수밖에 없어 모니터링 구축 등 인터넷 규제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한다. 반면 이 부담이 없는 구글은 다른 투자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네이버가 순식간에 포털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 듯 구글 역시 한국에서 포털 강자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포털사이트가 장악한 IT강국 위치도 조만간 내려놓아야 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