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조현아를 넘어…대한항공 ‘오너 체제’ 최대 위기

기사승인 2014-12-14 1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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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조현아를 넘어…대한항공 ‘오너 체제’ 최대 위기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이 대한항공 ‘오너 체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사건 소식이 전해진 후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맡고 있는 모든 계열사 직책을 내려놓게 됐고, 아버지인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도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는 ‘전반전’이 끝난 것에 불과한 형국이다. 항공기에서 내렸던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폭로하고 목격자까지 등장하면서 사태는 ‘후반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 사무장은 12일 KBS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욕설을 하고 폭행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측이 이 사건에 관해 거짓진술을 강요해 은폐를 시도했다고도 밝혔다. 박 사무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도 이런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의 앞자리에 있던 1등석 승객 박모씨도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강요했고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을 상대로 욕설과 폭행을 했는지 묻는 말에 “처음 듣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사태가 진실게임과 형사사건 양상으로 치닫는 대목이다.

만일 조사를 통해 박 사무장과 목격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단순히 조 전 부사장 개인의 그릇된 행동이란 차원을 넘어 대한항공과 오너 일가 자체가 도덕적인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조 전 부사장은 기내난동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조직적 증거인멸과 거짓진술 강요 등으로 관련 임원 등도 줄줄이 처벌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1997년 괌 추락사고(225명 사망) 이후 1999년 상하이 추락사고,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 구속 등 악재가 쏟아졌다.

이후 대한항공은 경영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땅콩 리턴’ 사건은 일순간에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조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원태 부사장 역시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70대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입건되고 시위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폭언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