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빚 갚자!”…3.3㎡에 4억3879만원, 재벌그룹 자존심 싸움에 한전 싱글벙글

기사승인 2014-09-18 13:46:55
- + 인쇄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금액이 10조5500억원으로 확인되면서 진짜 승자는 한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의 세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실제 낙찰금액은 4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도 가소롭다는 듯 넘어버렸다.

한전부지 면적은 7만9342㎡이다. 이를 낙찰금액에 적용해 계산해보면 3.3㎡당 4억3879만원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이라는 두 재벌그룹의 자존심 대결에 한전만 웃게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현대차는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 전역에 흩어져 남의 건물에 임대료를 내고 있는 계열사들이 모두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이로 인한 업무 효율화로 창출해 낼 수 있는 미래가치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지 매입을 뺀 나머지 건립비용 등은 30여 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동안 순차적으로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각 사별로 부담도 크지 않다고도 밝혔다. 지난 10년간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연평균 9%에 달했기 때문에 10∼20년 뒤를 감안할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지금까지 그룹 통합 사옥이 없어서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400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통합 사옥이 건립되면 연리 3%를 적용했을때 약 8조원의 재산가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10조5500억원은 너무 높은 금액”이라며 “그만큼의 인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번 매각으로 부채감축 작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이번 부지 매각은 한전의 부채감축 계획의 성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게 중론이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올해부터 따지면 10조9000억원을 줄여야 하는데, 이 중 25%인 2조7200억원을 올해 안에 감축한다는 게 한전의 세부 계획이었다.

한전은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냈다. 오는 11월에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전은 법령상 지방 이번 완료일로부터 1년 이내에만 부지를 팔면 되지만 연내 매각을 추진했다.

한전이 부채 감축계획에 반영한 부지 매각 예상액은 지난해 말 공시지가인 1조4837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10조5500억원이 품에 안겼다. 부지 매각대금의 10%인 계약금만으로도 부채 감축계획상의 부지 매각 재원을 거의 마련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낙찰가가 예상보다 높아져 재무구조 개선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