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찹쌀떡의 눈물’ 또 하나의 甲乙논란… 알고보면 형의 횡포?

기사승인 2013-07-29 0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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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찹쌀떡의 눈물’ 또 하나의 甲乙논란… 알고보면 형의 횡포?


[쿠키 경제] 수년간 땀과 노력을 기울여 일궈낸 딸기찹쌀떡 사업을 하루아침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한 청년의 사연이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1인 시위 중인 김민수(32)씨의 사정을 다뤘다.

이 방송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였던 김씨는 2009년 10월 우연히 일본 오사카의 한 온천 앞의 떡집에서 딸기모찌(찹쌀떡)를 먹은 후 ‘이거다’라고 생각하며 차후 사업아이템으로 결정했다. 수차례 헛걸음 끝에 15년째 딸기모찌을 만들어 팔고 있는 다카다 쿠니오 씨로부터 지난 4월초 비법을 전수받았다.

김씨는 장사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메뉴 중 딸기찹쌀떡을 팔고 있는 명동의 한 분식집을 무작정 찾아갔다. 지난달 3일 분식집 사장 안홍성씨와 함께 ‘이찌고야’라는 이름으로 딸기모찌 전문점을 냈다. 투자금은 안씨 5500만원, 김씨 4500만원, 지분은 안씨 51%, 김씨 49%으로 하고 운영권은 김씨가 가졌다.

전문점을 낸 지 5일 만에 김씨는 청년창업 달인으로 TV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손님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대박이 났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안씨가 김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김씨는 안씨가 자신을 쫓아낸 이유에 대해 “나 몰래 딸기찹쌀떡 프랜차이즈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내가 TV 출연을 하자 쫓아낸 것이다”며 “안 씨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사실도 다른 사람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김씨가 방송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다 김씨가 방송출연을 강행하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김씨를 가게에서 쫓아내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또 안씨의 친구인 투자자 박모씨(기업인수합병 전문회사 대표이사)가 딸기찹쌀떡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계약서상으로도 그렇고 누가 봐도 내가 유리한데, 질질 끌고 가면서 괴롭힌다는 가지신 분들의 한 마디가 겁이 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사매거진 2580은 안씨를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안씨는 “김씨를 달인으로 소개한 TV 프로그램이 조작이며, 김씨가 딸기찹쌀떡을 만들 줄도 모르는 초보였고, 일본의 떡 장인에게서 딸기찹쌀떡 기술을 배워온 것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김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던 할머니로부터 딸기찹쌀떡을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사매거진 2580은 현재 김씨가 처음 투자금 4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씨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려 논란이 불거지자 안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김씨를 고소한 상태다. 김씨와 안씨는 법정 싸움을 앞두고 있다.

김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갑의 횡포가 제대로 드러났다”, “젊은 창업자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약자의 눈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저 딸기모찌 전문점을 불매운동 해야 한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억울한 사연일지 몰라도 갑의 횡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딸기모찌라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어 했던 김씨와 같은 아이템으로 프랜차이즈를 열어 크게 확장시키고 싶었던 안씨 간 최종 목적의 차이와 동업 과정에서의 미묘한 입장차이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해석이다.

‘그것은 알기 싫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은 김씨와 안씨가 동업에 이른 과정을 취재해 전했다. 팟캐스트 방송은 “안씨가 일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김씨를 동업자로 인정하고 이찌고야 전문점을 낸 것은 호의를 베푼 측면이 있다”면서 “안씨는 프렌차이즈 확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안씨는 다른점을 맡으면서 명동점은 김씨에게 전부 내줄 생각이었고 제안도 했었다”는 안씨 측 주장을 전달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이 김씨의 주장을 위주로 보도했다면 이 팟캐스트 방송은 안씨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이 팟캐스트는 또 이 분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씨가 주장하는 갑의 횡포와는 거리가 멀며 김씨는 정당한 계약을 부당하다고 호소하기 위해 계약상 아무 관계도 없는 대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갑의 횡포’라기보다는 사회경험 많은 ‘형의 횡포’라고 봐야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당초 김씨와 안씨가 작성한 계약서에서부터 김씨가 철저한 을의 입장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동업에서 ‘51:49’ 지분 분배는 ‘모든 것:제로’이기 때문에 사회에 막 뛰어든 청년사업가의 명백한 실수로 법적으로 대응해도 승산이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갑으로 지목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대웅홀딩스는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가는 반드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밝힐 것이며, 그 과정들 또한 세심하게 하나하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켜 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지난 2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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