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그대로 두면 안돼”… 김종인 前 청와대 경제수석 단독인터뷰

기사승인 2013-07-22 2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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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그대로 두면 안돼”… 김종인 前 청와대 경제수석 단독인터뷰

“경제민주화 없이 창조경제 못한다”… 정부 ‘속도조절론’ 정면 반박

[쿠키 경제] 김종인(사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불가능하다”며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론’에 일침을 가했다. 최근 정부의 ‘경제민주화 일단락’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경제팀의 경기부양 기조에 대해서는 ‘낡은 방식’이라고 혹평했다.



김 전 수석은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사회적 책임과 공정한 룰을 적용하지 않고 시장경제에만 맡기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등을 대기업의 폐해로 꼽으며 “재계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나라가 되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란 나무의 응달이 너무 크면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며 “한 나무가 무한정 자랄 수도 없고 고용창출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나무들이 자라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히든챔피언(세계 최우량 중견·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의 성장도 한계가 있어 트리클다운(trickle down·낙수효과)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월가를 향했던 대중의 불만을 상기시키며 “우리나라에서 삼성을 ‘아큐파이(occupy·점령하다)하자’고 나오면 그땐 어쩌겠나. 법과 규칙으로부터 자신들은 예외라는 재벌들의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안 할 수 없는 명제”라며 “안 하면 국민이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단가 후려치지’가 불가능한 독일의 대·중소기업 관계를 언급하며 경제민주화를 ‘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이는 재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해선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세제를 뜯어고쳐 깜짝 부양할 생각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을 정비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으로 경제 기조를 바꾼 것에 대해선 “밤낮 경기 부양한다고 억지로 자금을 투입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 참을 때는 좀 참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은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독일 배우기’ 열풍과 관련, “우리가 독일로부터 배울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조화를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시장경제에 맡겨선 안돼… 그건 무책임한 얘기”

김종인(73)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많은 설명을 했다. 독일 전문가답게 독일의 역사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영(英)·미(美) 경제학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유럽파 경제학자다.

<만난 사람=신종수 산업부장>

독일 경제와 역사적 배경

-국민일보가 ‘독일시리즈’를 7개월째 연재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등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이 오늘과 같은 경제체제를 갖춘 과거를 보면 역사가 200년 이상 됐다. 19세기 빌헬름1세 황제 재임과 그 이후 비스마르크 같은 지도자가 나와서 국가의 틀을 잡았다. 그때 독일은 사회 안정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하고, 자유를 신봉하고 자유를 유지하려면 자유를 속박하는 규율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2차대전 후 서독은 쓰라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회질서를 새로 짰다. 제일 성공적으로 나섰던 사람이 정치에서 콘라드 아데나워 초대 독일 총리, 경제에선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경제부 장관이다. 에르하르트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 그가 만든 질서자유주의가 ‘사회적 시장경제’다.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면 해결 못 하는 것이 있다. (정부가) 질서를 명확히 하고 또 지키게 해야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이 함께 있다는 명제다.”(그는 에르하르트의 사례를 자세히 설명했다. 에르하르트가 히틀러의 철권통치 이후 서독 경제를 부활시켰듯이 그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군사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많다. 우리 중견·중소기업과 비교할 때 배울 점은 무엇인가.



“에르하르트는 시장경제의 신봉자로서 독과점의 횡포를 용납하지 않았다. 1959년 ‘카르텔 법’을 만들어 경제력 집중과 횡포를 없앴다. 정부와 기업인의 역할이 구분돼 기업은 경제를, 정부는 제도를 바꿔 나갔다. 독일 석탄·철강 산업의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에 자본가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참여토록 하는 ‘의사공동결정권(co-determination)’을 시행했다. 그렇게 해 독일 노조는 협동하는 노조로 바뀌었다.



독일 금융의 세 개의 기둥은 상업은행 외에 도시금고와 협동조합은행이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도시금고와 협동조합은 별 지장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는 ‘좀비 기업’이 꽤 많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 방식은 독일에서 불가능하다. 기업 스스로 생존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활동을 정부가 보조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정부가 적당히 하거나 금융 혜택을 주면 안 된다.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적당히 특혜나 받으려고 하거나 큰 기업에 붙어살려고 하니 어느 순간 (대기업에) 먹혀 버린다.”

경제민주화의 원조 독일

-독일에서도 오래전 경제민주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의 대기업 구조와 사회적 역할,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등 우리가 참고할 만한 대목은 무엇인가.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며 사회적 조화를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독일에서 배울 만하다. 히든 챔피언,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경쟁과 관련한 룰을 만들어 크고 작은 기업에 모두 적용하게 해야 한다.



독일 기업은 사업의 다각화를 안 한다. 대신 집중을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가려면 총력 집중해야 한다. 히든 챔피언의 동력이 거기 있다. 대한민국에 연필 공장이 사라졌다. 예전에 문화연필이라고 있다가 다른 나라로 갔다. 독일은 하버-카스텔이라는 브랜드가 전 세계에 깔려 있다. 국제화돼 있어서 신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세계시장에 빨리 적응한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영역에서 카메라 사진 인쇄 방식이 아날로그였다. 그것을 IT와 접목하는데 독일에선 ‘프라임 하이트’라는 정부 연구기관과 기업이 협동해서 그 카메라 회사가 다시 최고봉이 됐다. 그런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독일은 특성화된 작은 기업들의 부품을 대기업이 사다가 짜 맞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우리처럼 종속 관계가 아니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을 안 하면 대기업 완제품이 엉망이 된다. 우리나라의 갑을관계처럼 현대자동차와 대기업이 중소기업 재무제표까지 가져다가 납품가의 3% 이상 이윤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런 시스템 아래선 창조경제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다,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 없다’고. 중소기업이 제대로 자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다 가져가니 안 된다.



경제민주화 얘기하니 괴물처럼 얘기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난 데 없이 괴물이 나타났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

-경제민주화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와 지나친 규제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도 최근 방중 기간에 얘기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틀을 바꾸는 요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곡해해서 ‘재벌을 옥죄고 잡으려고 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창조경제라고 해서 잘 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안 할 수 없는 명제다. 안 하면 국민이 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도 안 하려고 했는데 국민이 원하니 안 할 수 없었다.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을 보면 로비스트들이 날뛰어서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가는 듯 보이다가도 막판이 되면 다 헝클어진다. 그런 국회의원들은 유권자가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요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10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녔던 정보만큼 가질 수 있다. 국민들이 모를 줄 알고 행동하면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

정부가 필요한 룰을 정하면 기업은 다 지켜야 한다. 미국에서 19세기 ‘말 안티 모노폴리(독과점 규제)’ 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록펠러 그룹을 분해했다. 그래서 미국 자본주의가 50년 시상 성공적으로 이어온 것이고 지금도 정치·경제 권력이 분리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법에 따라 수사를 받았다. MS가 사회에 기부도 하는데 이런 게 다 정부가 압박해서 가능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가. 법과 사회적 제도를 지키면서도 가장 큰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 납세도 가장 많이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나는 법을 안 지켜도 되는 예외’라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다. 힘센 놈도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노태우 대통령을 모실 때 ‘경제 어렵다’고 보고하면 신경질 냈다. 그때마다 내가 하던 말이 있다. ‘광화문 네 거리에 가 보시라. 차가 막힐 때는 아무리 속력을 내려고 해도 시속 10㎞ 이상 못 낸다.’ 교통순경이 있어도 그때는 차들이 차선과 신호를 지키게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경제민주화가 기업 옥죄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말도 안된다는듯이) 좋아하시네. 전경련은 밤낮 그런 얘기만 떠드는 사람들이다. 내가 재벌을 체험해봐서 아는데, 이 사람들 근본 요구는 ‘나는 예외적으로 사는 사람’, ‘법을 떠나서 위법을 해도 괜찮다’는 사람들이다. 그런 정신 자체를 뜯어 고쳐줘야 한다.

시장경쟁 생리 자체가 공정경쟁을 해도 능력 있는 놈이 다 먹는다. 따라서 그 이후에도 규제를 해줘야 한다. 독과점 생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포항제철이 독과점 아니었나. 갑을 관계가 제일 센 데가 포철이었다. (비행기에 승무원에 대한 막말로 문제가 된 포스코 임직원을 거론하며) 얼마나 안하무인이면 그런 짓을 하나.

예전엔 경제와 관련해 시장의 정보가 제일 정확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기업들이 정보를 조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것이다. 월가에서 투자모형 만들고 주식 투자 예측하는 파생상품 개발하는 사람들을 퀀츠(Quants·quantitative analysis의 줄임말)라고 한다. 월가에서 더 이상 경제학과 학생이 필요 없어지고 수학·물리학·통계학 등 양적인 분석이 다 한다. 대표적으로 이매뉴얼 더만이라는 사람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파산한 월가에 구제금융을 주자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해는 사회화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 났다”고들 했다. 정보화 사회가 된 뒤 영혼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실물경제는 어려운데 왜 월가만 사상 최대치인가. 퀀츠들이 다 조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자”라고 아큐파이(occupy) 운동을 했다. 만약 한국에서도 ‘삼성을 점령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삼성과 현대차가 다 하고 있다. 나라가 잘 되려면 최소한 세 부류, 첫째 언론인, 둘째 대학교수, 셋째 법관이 성직자처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오늘날 일본 경제 좌초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 일본 정부는 재계에 꼼짝 못한다. 재계가 자민당과 관료를 장악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과 경제정책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미래의 성장동력이란 말이 많다. 삼성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20주년 맞았는데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고 말했다.



“그래서 뭘 바꿨나. 뭘 할지 모르니 남의 것 같다가 한 것이지 자신들이 개발한 것도 아니다. 세계경제는 지금 저성장을 돌파할 신기술이 없다. 1920년대 영화와 자동차 기술로 호황을 이끌었다. 90년대에도 IT 기술 때문에 10년 이상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IT도 장기 사이클 하단에 와 있다. 다 써 먹었다는 것이다. 이제 새 기술이 폭발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안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의 ‘창조’라는 것이 새 기술 나온다는 의미에서 ‘창조’가 아니다. 창조경제 단기간에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원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을 만들 때는 과학부 기능을 제대로 하고 대학의 연구 기능을 철저히 하면 창조적인 것 나올 것이라고 해서 미래창조과학부라고 한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옛날식으로 사고하면 창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변화하는 시대에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트리클다운(trickle down·낙수효과)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대기업은 고용창출 능력이 없다. 노키아나 소니가 오늘날 저렇게 되리라 상상해 봤나. 삼성이 그리 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무가 아무리 높게 자라도 하늘 끝까지 못 올라가는 것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현 정부 경제팀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바람직한 경제운용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을 지칭하며) 그 사람들은 옛날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세제 뜯어고쳐 깜짝(부양)할 생각이나 하고 있고, 그래서 뭐가 되나. 아무것도 안 된다. 지난 4·1 부동산 정책도 취득세 감면한 것 아무 효과도 없었잖나.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을 정비할 때다. 대한민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세계경제 자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가 발버둥쳐봐야 안 된다. 또 우리나라 경제 규모도 옛날 같지 않다. 이제 자랄 때까지 거의 다 자랐다. 예전 같이 5%씩 성장할 수 없다 우리가 2∼3% 하면 크게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이명박정부 때 747 정책 한다고 했는데 한번도 4% 넘은 적이 없다. 밤낮 경기 부양한다고 억지로 자금을 투입해서 한다고 하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된다. 참을 때는 좀 참아야 한다.”

정리=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 김종인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역임하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진두지휘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성안했지만 발표 당시엔 ‘후퇴 논란’에 반발해 불참하자 박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설이 나돌았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이른바 ‘서강학파’의 핵심 인물로 학자 출신의 경제 관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6년 제4차 경제개발계획 위원으로 활동한 만큼 박 대통령과는 ‘2대’에 걸친 인연이 있다. 11·12·14·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1940년 서울 출생 △중앙고·한국외대·독일 뮌스터대학교(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1·12·14·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인터뷰 이모저모] 朴대통령 취임후 “내 역할 끝” 인터뷰 사양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줄곧 “내 역할은 끝났다”며 언론 인터뷰를 사양해 왔다.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등으로 박 대통령과 다툼과 화해를 반복했던 탓에 자칫 자신의 언행이 막 출범한 현 정부에 부담이 될까봐 조심했기 때문이다. ‘독일통’인 그는 국민일보의 연중기획 시리즈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을 두 달 만에 수락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그는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소신은 그야말로 ‘초지일관(初志一貫)’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서울 부암동의 개인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민주화를 피할 수 없었듯이 경제민주화 역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로부터 우리 경제가 배워야 할 덕목과 독일의 정치·경제사 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칠순의 고령(高齡)을 무색하게 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부의 세무조사에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한 재벌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로비로 인해 누더기법을 만든 국회의 무능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학 대가(大家)의 풍모도 보였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경우 월가의 금융공학에 이미 권력을 빼앗겼다”며 금융 자본주의에 주도권을 빼앗긴 현실 민주주의의 쇠락을 설명했다. 또 실물 경제로 설명하지 못하는 전통 경제학의 맹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근혜노믹스’를 설계한 입장에서 현 정부 경제팀의 실정을 질타할 때는 영락없는 원로 정치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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