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담합? 과징금 깎아줄게’ 리니언시, 대기업 과징금 회피 수단 전락…삼성·LG 1·2위

기사승인 2013-06-20 02: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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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대기업의 담합 과징금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민일보가 2003~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의결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공정거래위에 적발된 담합 사건에서 20대 그룹은 2건 중 1건 꼴로 리니언시 혜택을 받았으며, 이 기간 동안 20대 그룹은
담합 과징금 총 2조8485억원 중 4548억원(16.0%)을 리니언시로 면제받았다. 전문가들은 의결서에 명시되지 않은 리니언시까지 감안하면 20대 그룹의 실제 감면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4대 그룹은 리니언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4대 그룹의 담합 적발 건수 대비 리니언시 적용률은 평균 51.1%에 이른다. 20대 그룹 평균(41.3%)보다 10% 포인트나 높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그룹과 LG그룹은 리니언시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모두 네 차례 담합을 했다. 그 가운데 3건에서 LG전자는 공정위에 1순위로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삼성전자는 2순위로 이름을 올려 과징금 50% 감면을 받았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담합으로 실제 낸 과징금보다 감면액이 더 많을 정도로 리니언시를 적극 활용했다.

리니언시는 당초 담합을 한 사이에 ‘불신의 고리’를 만들어 다시는 담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LG그룹은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리니언시로 과징금 감면 등을 이끌어 냈다. 삼성그룹은 2006~2011년, LS그룹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리니언시 혜택을 받았다. 현행 리니언시는 1순위(과징금 100% 감면)와 2순위(50% 감면) 자진신고자에게만 특혜를 주기 때문에 정보력에서 앞서는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을 챙겼는데도 처벌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공정위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96년 리니언시 도입 이후 수차례 제도를 다듬었다. 지난해 1월에는 담합으로 제재를 받거나 자진신고로 혜택을 받은 뒤 5년 이내에 다시 담합에 연루되면 과징금 감면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를 고쳤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2개 사업자가 가담한 담합의 경우 2순위 신고자 50% 감면을 폐지했다.

학계는 추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는 리니언시 제도의 불합리한 구조를 지적하면서 “리니언시를 주도한 기업에는 감경혜택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면 비율을 시장점유율에 반비례해 적용하는 시장점유율 연동 감면제가 대안으로 꼽힌다. 자진신고 기업에 과징금 등 행정제재는 면제해 주더라도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Key Word : 리니언시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공정위 조사에 협력하거나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 감면, 검찰고발 면제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1순위로 자수하면 과징금을 100%, 2순위는 50%를 깎아준다. 1·2순위 모두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별취재팀>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사회부=정건희·조성은·황인호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