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는 굴 노로바이러스 우려가 현실되나?

기사승인 2012-09-15 00: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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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는 굴 노로바이러스 우려가 현실되나?

[쿠키 경제] 미국 수출이 중단된 남해 특정 수역의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집단 식중독을 일으킨 사례가 뒤늦게 발견됐다. 게다가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수입 중단 조치 이후에도 국내 시판용 굴에 대한 안전장치는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을로 접어들며 생굴 소비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집단식중독 사례 뒤늦게 확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여수 엑스포 기동훈련에 참가했던 전북 완주군 소재 경찰기동대 100여명 중 38명이 설사, 오한, 복통을 호소했다. 역학조사 결과 음식점에서 먹었던 생굴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당국이 생굴의 유통과정을 추적한 결과 여수 앞바다 굴 양식장에서 생산된 굴이 수산시장으로 직송되고 식당은 수산시장에서 생굴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수 해역은 고흥, 남해, 사천, 통영 등지와 함께 청정해역으로 지정돼 미 당국이 수출용 패류 생산 해역(지정 해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지난 1월 충북 충주와 지난 2월 경북 김천에서도 연수 중인 신입사원 49명과 고교생 45명이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상을 나타냈다.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해 11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세를 나타낸 3명이 한국산 굴을 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 지정 해역에 대한 정밀 검사에 돌입했다. 검사 결과 인체 배설물로 인해 수역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3월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대만,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등 한국산 굴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각국의 조치가 잇따랐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해당 수역에서 생산된 굴의 국내 판매를 제한하지 않았다. 굴의 노로바이러스 안전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섣불리 시판을 금지할 경우 해당 지역 어민과 굴 가공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다만 해당 해역에 해상 화장실을 설치해 더 이상 분변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양식업 종사자들의 협조 없이는 분변으로 인한 노로바이러스 오염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세균과 달리 노로바이러스는 검출해내기가 어려워 세계적으로 안전기준이 설정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기술이 발달돼 감염력이 있는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시험법이 개발될 때까지는 안전기준이 설정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분원성대장균 등 분변의 유입을 감지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설정해 노로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를 만드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허술한 안전장치에 언제든 재발 가능성= 정부는 2007년부터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노로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해 생식용 또는 가열조리용이라는 표시를 하는 ‘자율구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날로 먹을 수 없는 ‘가열조리용’으로 표시해야 하고, 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만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정도 가열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오염됐다해도 가열조리를 거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는 권고 조치에 불과해 생산자가 따르지 않으면 그만인 현실이다. 실제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유통 중인 생굴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 검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자율구분표시에 참여하는 수협을 통하지 않고 출하되는 굴은 사실상 규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봉지굴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자율구분표시에 참여하지 않는 굴을 섞어 넣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봉지굴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각 지자체에 대해 “백화점·마트·슈퍼 등 유통업체는 ‘가열조리용’ 표시 외의 생식용 굴은 입고시 노로바이러스 검사 성적서를 확인한 뒤 판매하도록 지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권고 사항에 그쳐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남해 수역 오염문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유관기관 합동으로 2007년부터 범정부식중독예방 종합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해당 수역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오염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양식업 종사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임세정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