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보청기’…정확한 진단 후 선택해야

기사승인 2014-05-07 1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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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 ‘보청기’…정확한 진단 후 선택해야

[쿠키 건강] 최근 어버이날 선물로 보청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귀가 나빠져 답답해하시는 부모님들께는 최적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보청기가 이명완화와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자녀들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선물품목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보청기는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디자인과 가격이 맞는다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 흔히 안경만 하더라도, 시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체크를 하고 안경을 맞추는 데 보청기도 부모님의 청력과 귀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보청기를 선물하려한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원장의 도움말을 통해 ‘올바른 보청기 선택과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보청기 착용 전 정확한 귀 검사는 필수

부모님께 보청기를 선물하기로 했다면 가장 먼저 이비인후과를 찾아 부모님의 귀 상태부터 확인하자. 난청은 노화뿐 아니라 중이염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귀에 대한 정밀검사를 통해 난청의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청각검사 및 귀 상태에 대한 사전검사 없이 단순히 소리만을 증폭시키는 기기를 귀에 무턱대고 사용하면 청력이 더 손상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즉 아무 보청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은 아니다.

이호기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시켜드리는 것은 오히려 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난청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청기 착용이 필요한지, 착용 후 청력교정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세심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귀에 딱 맞는’ 보청기 선택해야

청력 정밀검사와 평가 및 상담을 거친 후 보청기를 통한 청력교정 효과가 어느 정도 측정 돼 보청기가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오면 보청기를 맞추게 된다. 이때 청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의 귀 상태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선택해야 한다.

소음 속 문장 인지도, 큰 소리 민감도, 울림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해야 한다. 개인별 난청 특성을 확인하지 않고 남이 착용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쓰면 두통이나 이명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일부에서는 돌발성이나 소음성 난청, 중이염, 외이도염, 고막염까지 생긴다. 유명 브랜드나 가격이 비싼 제품이라 해도 소리나 기능이 귀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보청기를 선택할 때는 철저히 내 귀에 잘 맞는 실용성과 편안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담당 전문의와 청각전문가와의 면밀한 상담. 청력, 직업, 생활환경의 소음 정도, 취미활동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보청기를 선택해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형태, 채널사양 등 종류가 다양하므로 기능과 제품사양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첫 착용 시 적응 훈련 3~6개월 걸려

난청에 대한 원인판명 및 보청기 처방이 잘 이루어졌다면 구입 후 착용만하면 되는데 이때 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경우에는 보청기에 익숙해지도록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했더라도 소리가 예전처럼 들리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여러 가지 못 듣던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한편 소리를 듣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잡음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오래된 난청환자가 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후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당황하고 혼란을 느끼는 것. 이런 현상은 자신의 청력상태에 최적화된 보청기 처방을 받고 나서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계속된다.

이후에는 보청기를 통해 다시 들리게 된 생활소음 속에서도 상대방의 말소리를 정확하게 골라 듣는 능력이 생긴다. 뇌가 보청기를 통해 전달받는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데도 얼마간의 적응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청기가 귀를 막기 때문에 본인의 목소리가 울려 들릴 수도 있지만 힘들더라도 하루 3∼8시간 보청기를 착용해 그 소리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면 적응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청기 착용 후, 정기적인 검사와 기기 점검받아야

갑자기 많은 소리자극을 받게 되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일어날 수 있다. 우선 조용한 곳에서 익숙한 사람과 일대일 대화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사람 수를 늘려서 대화를 시도해 보면 좋다. 첫 착용 후 적응기간은 보통 두세 달로 잡는데 그 동안 1~2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검사 및 기기점검을 받는 게 좋다. 보청기에 대한 본인의 적응기간도 필요하지만 청력상태에 대한 검사와 보청기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다양한 주파수 중 환자가 나빠진 음역대 부분만 선택적으로 잘 들릴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는데, 환자가 임의로 모든 소리를 키우면 잘 들리는 다른 주파수도 같이 올라가게 돼 소리를 듣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청력의 변화가 왔을 때 이비인후과적인 진료가 선행되지 않고, 단순히 보청기 기기 조절에만 연연하면 오히려 보청기 착용 후에 청력이 개선될 수 있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따라서 보청기 착용 후에도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와 청력검사를 통한 청각상태의 확인 및 보청기 기기 관리가 중요하다.

보청기 사용 후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서둘러 병원을 방문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①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거나 작아졌다 ②소리만 크고 말소리가 또렷이 안 들린다 ③주변 잡음만 크게 들린다 ④소리가 울려 불편하다 ⑤귀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⑥보청기에서 ‘삑’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⑦이명, 어지럼증, 두통이 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보청기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자녀들이 선물한 보청기를 착용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보청기를 하는 즉시 모든 소리가 잘 들리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기기불량 문의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자녀들은 보청기 선물 시 부모님께 평소에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어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적응훈련이 필요하며, 보청기 구입 후에도 사후관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함을 꼭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보청기도 그와 같은 자연스러운 도움기기라는 것을 설득하여 보청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

간혹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보청기를 집에서만 착용한다거나, 자가 결론으로 '본인 청력은 아직 괜찮다'고 여겨 의사의 소견을 무시하고 착용 시기를 무기한으로 미루는 경우에는 보청기로도 청각재활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청기는 밖에서 나는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기기로 증폭된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구분하는 것을 귀가 담당하는데 난청기간이 길어지면 귀가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난청기간이 길어져 소리 구분 능력이 떨어진 이후에는 아무리 좋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말소리 구분이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른 보청기 착용을 하는 것이 좋다.

장애 혹은 늙어보인다는 강렬한 인식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는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청기 착용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볼 때 티가 잘 안 나게 귓속에 넣는 보청기나 귓구멍을 완전히 막지 않는 오픈 타입 보청기도 나와 있다.

이호기 원장은 “떨어지는 청력을 보안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보청기다. 보청기를 사용할 때 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착용 후 난청이 심해지지 않았는지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보청기 착용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이식형 보청기 및 하이브리드 임플란트 혹은 인공와우 이식술 등 다양한 청력재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