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좋은 호텔은 사람이 재산”

기사승인 2014-03-26 21:06:00
- + 인쇄
[쿠키人터뷰] “좋은 호텔은 사람이 재산”

호텔 블로거 몽돌 “호텔은 화려한 시설보다 우수한 인적자산과 서비스로 평가돼야”

[쿠키 생활] 화려해 보이는 특급호텔 호텔리어의 삶 이면에는 최고 서비스업의 남모를 고충도 많다. 특급호텔에서 오랜 세월 근무한 한 고참 호텔리어가 블로그를 통해 호텔리어의 진솔한 삶과 호텔업의 명암을 솔직히 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편파 포스팅’을 운영하는 김인진 밀레니엄 서울힐튼 재정부 부장을 만나 블로그 활동과 호텔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호텔리어가 된 계기와 호텔리어 경력은.

△ 처음부터 호텔리어를 목표하진 않았다. 학력고사를 마치고 대학을 고민할 때 좀 특별한 학과를 찾아봤다. 그중에 관광관련학과가 눈에 띄었다. 졸업할 무렵 전공과 관련된 회사 중 호텔이 제일 나아 보였고 이왕이면 그룹 공채가 좋아 보여 대우그룹에 지원했다. 93년 입사한 호텔 공채 1기다. 95년에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파견 근무를 마치고 97년에 돌아와 지금까지 호텔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특성을 살려 대학에서 ‘호텔회계’ 과목을 처음으로 만들어 강의도 했다.

- 호텔리어 블로거는 최초다.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 처음에는 블로그를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사진첩으로 활용했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주로 담았다. 대학강의를 개인사정으로 쉬면서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겼다. 그 무렵 호텔이 웨딩에 꽃 끼워 팔기로 공정위에 제소된 일이 있었는데, 직접 근무하는 직원의 시각과 견해를 보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올리게 됐고 지금까지 꾸준히 쓰고 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주로 글을 올린다. 블로그 운영 자체도 즐거움이 있고 글을 통해 소통하다 보니 사명감도 생긴다.

- 블로그 타이틀이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편파 포스팅’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 편파적이진 않다. 일종의 반어법이라고 해야 할까? 올린 글 중에는 호텔의 잘못된 관행을 질타하는 내용이 오히려 더 많다. 부족한 글이지만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한다. 가능한 한 재미있게 쓰려고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면 길어지고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게 쉽진 않다. 몽돌은 삐쭉삐쭉한 돌이 닳아 동글동글해지듯,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담은 거다.

- 블로그에 예비 호텔리어와 젊은 호텔리어들의 방문이 많다.

△ 호텔은 대중의 관심도에 비해 그 속살이 잘 드러나지 않은 곳이다. 길지 않은 블로그 활동기간 동안 예비 호텔리어나 젊은 호텔리어들의 질문과 댓글이 꽤 많았다. ‘어디가 좋아요?’ 같은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어느 호텔에 면접을 보러 가는데 예상 질문은?’ 이런 이야기도 있고 ‘집에서 호텔리어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인생 상담도 있다. 젊은 호텔리어들에게 질문을 자주 받다보니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주 민감한 내용이 아닌 이상 많은 정보를 전달해 올바른 결정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하다.

- 호텔업이 성황이지만 일부에서는 과열현상을 우려한다. 현업에 계신 분으로서 생각은.

△ 현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아주 크다. 현재 특급 호텔의 경영환경은 작년 초반까지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2~3년 이내에 서울에 2만여 객실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라는데 수요자 측에서야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낮아질 거기 때문에 반길 상황이지만, 공급자 특히 특1급 호텔은 그야말로 본격적인 레드오션에 진입하는 상황으로 본다. 1~2년 내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일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면 모를까 그러기 전엔 자금력이 부실한 호텔의 경우는 경영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 호텔리어들에 대한 처우(보상)에 대해 냉정히 평가한다면.

△ 블로그에서도 틈틈이 언급했는데 예비 호텔리어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이기도 하고 조회수가 가장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호텔의 주력상품은 인적 서비스라 어쩔 수 없이 노동집약적이다. 업무도 일부 직무를 제외하곤 매일 반복되는 것들인 만큼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도 제한적이다. 대기업이나 우수 중견기업에 비해 낮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다. 결혼하고서도 큰 무리 없이 근무할 수 있는 곳이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괜찮은 직장이라 본다. 처우도 호텔마다 제각각인데 후배들이 여러 호텔을 잘 비교해서 좋은 곳으로 찾아갔으면 한다.

- 후배 호텔리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 첫 번째는 ‘외국어 능력’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추가로 중국어를 잘 구사하는 호텔리어가 인기가 있다. 고객을 향한 마음가짐이나 서비스 마인드를 많이 언급하는데 그건 어느 조직이나 기본 중 기본이다. 두 번째는 ‘자신감’이다. 나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판촉 업무를 맡아 한 적이 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일에 대한 자세다. 자신감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항상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가치에 대해 떳떳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세 번째는 ‘생각이 깨어있어라’다. 반복되는 업무로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곳이 호텔이다.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물론 대안을 제시하고 밀고 나갈 줄 알아야 한다.

- 좋은 호텔이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 어려운 질문이다. ‘고객은 호텔의 이미지를 산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호텔 경쟁력의 본질인 그 이미지를 시설 개보수에 수백억을 투자하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물적 자산에 대한 투자와 함께 인적 자산에의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많은 호텔들이 위기가 닥치면 명예퇴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자리가 비면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곤 했다. 호텔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사람에 대한 배려와 투자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설이 낡고 오래돼도 우수한 인적자산과 서비스로 유명해지는 호텔을 보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