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 청력 상실 ‘일측성난청’…소리방향 분별 어려워

기사승인 2014-03-16 1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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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귀 청력 상실 ‘일측성난청’…소리방향 분별 어려워

[쿠키 건강] 지난 5년 전부터 왼쪽 귀가 잘 안들리기 시작한 K(60·여)씨. 하지만 다른 한쪽 귀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왼쪽 귀의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생활했다. 그러 어느 날 길을 걷던 중 왼편 뒤에서 자전거 벨소리가 들려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접촉사고를 면치 못했다.

왼쪽 귀 청력이 소실된 K씨는 뒤에서 나는 소리의 방향을 분간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가 오른쪽 귀로 들려왔기에 본능적으로 왼쪽 방향으로 몸을 피했던 것이다. 다행히 가벼운 접촉으로 약간의 타박상만 입었지만 자전거가 아닌 속도감 있는 대형차량이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방향 분별 못해 사고의 위험 커

국내 난청 인구가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난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쪽 귀의 청력이 떨어지는 일측성 난청(혹은 편측성 난청)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한쪽 귀가 안 들려도 다른 반대편 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시력이 저하되어 안경을 착용하게 될 경우, 양쪽 렌즈 모두 착용하게 되는 것처럼 귀도 마찬가지다. 양쪽 귀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큰 영향력을 미친다.

따라서 한쪽 귀만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반대쪽 귀의 청력도 서서히 나빠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한쪽 귀의 청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빨리 이비인후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면 우리는 보통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는 두 개의 귀 중 어느 한쪽 귀에 소리가 먼저 도달하고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즉 두 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리가 발생한 위치를 훨씬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두 귀에 도달하는 소리 사이의 아주 작은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느끼기 때문에 뇌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들리는 소리를 서로 비교할 수 없어 소리의 위치를 정확히 찾는 데 어려움을 느껴 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다. 가령 길을 걷다 뒤에서 차의 경적소리를 듣는다거나, 사람들이 말을 걸어올 때 소리의 균형이 맞지 않아 다른 방향에서 나는 소리로 착각하기 쉽다.

◇소음환경에서의 의사소통 문제

양쪽 귀로 소리를 듣다가, 한쪽 귀를 막고 소리를 들어보면 양쪽 귀와 한쪽 귀의 소리 전달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양이 합산효과라 한다. 이는 각각 귀로 들어온 신호음이 청신경 영역 이후부터 합쳐져 소리를 더 크게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소리를 강조하여 말소리의 뜻을 이해하기 쉽게 돕기도 한다.

시끄러운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양쪽 귀로 소리를 들을 시 잡음 등의 소음은 억제하고 말소리나 의미 있는 소리는 강조하여 다양한 소리 중에서 의미 있는 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다. 한쪽 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나머지 한쪽 귀로만 소음 환경에서 의사소통을 한다면, 상대방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채는 분별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때 한쪽 귀로만 들어야 된다는 강박관념과 지나친 집중으로 피곤해지기 쉬우며, 말의 분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가 삼십분 이상 길어질 경우 청취의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말의 분별력 뿐 아니라 언어의 이해력도 저하된다. 두 귀로 들을 때보다 한 귀로 들을 때는 가청범위가 떨어져 약 3m정도 떨어진 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으면, 소리의 방향인지가 어려워 사고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학습능력, 사회성, 삶의 질이 저하된다. 뿐만 아니라 잘 듣지 못한다는 위축감에 사회활동을 기피하거나, 사회성이 줄어들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 우울증 및 고립감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일측성 난청은 선천적으로 한쪽 청력에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돌발성 난청이나 중이염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한쪽 청력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에도 신경기능이 살아있는 전음성 난청이라면 제한적인 경우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현재 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쪽 귀만 듣지 못하는 일측성 난청의 불편함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많았다.

또한 특별한 치료법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의료기술의 발달로 일측성 난청에 대해 비수술적인 방법인 크로스(CROS) 보청기를 비롯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인 골도보청기 이식술, 그리고 인공와우 이식술 등 다양한 청각재활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소리이비인후과에서는 일측성 난청 환자에 대해 2013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피하이식형 골전도보청기 이식술(Sophono)을 성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박홍준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쪽 귀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겨 일측성 난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본인 청각의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청각보조기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원장은 “한쪽 청력이 떨어졌다면 반대편 청력도 떨어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무엇보다 일측성 난청의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면서 “한쪽 귀라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삐~하는 등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귀가 먹먹해지는 등의 이상증세가 있을 시 정확한 검사를 통한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