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성대 건강의 척도…아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기사승인 2013-12-23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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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건강] 목소리는 사람의 인상, 성격 등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성대 건강과도 직결된다. 무엇보다 아이 때의 성대 건강은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목소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체크가 필요한 항목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녀의 독특한 목소리, 기어들어가듯 작은 목소리, 불분명한 발음 등은 성대 건강은 물론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아이들의 경우, 거칠고 쉰 목소리를 장기간 낸다거나 말을 할 때 웅얼웅얼 거리듯 작은 소리를 내고, ‘ㄹ’, ‘ㅅ’ 등 특정 발음이 잘 되지 않는 등 다양한 음성질환을 나타낸다”며 “이러한 증상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자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목소리는 성대 건강의 척도, 어릴 때 목소리가 성인 목소리 결정지어

우선 자녀가 거칠고 쉰 목소리를 낸다면 성대결절, 성대폴립을 의심해볼 수 있다. 흔히 성대결절은 가수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6~7세 이상 남자 아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격렬한 행동과 함께 과도한 발성습관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남용하고, 무리한 발성습관이 계속되면 발성 시 반복되는 진동으로 자극을 받아 성대 점막이 점점 두꺼워지는 성대결절이 나타난다. 또한 갑작스레 고함을 지르는 등 심하게 음성을 혹사하면 성대의 미세혈관이 터지면서 물혹이 생기는 성대폴립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쉰 목소리를 낸다면 반드시 성대 건강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유난히 말을 할 때 웅얼웅얼 기어가듯 작은 소리로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원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의 진짜 원인은 목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호흡, 발성, 공명, 발음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잘못된 발성습관이다.

즉 호흡이 약해 발성이 되지 않아 다양한 소리와 톤을 만들 수 없고, 소리를 증폭시키는 공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다 보니 발음 역시 부정확한 것이다. 이러한 발성습관이 고착되면 실제로 아이가 말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껴 더욱 위축되고 소심해질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ㄹ’, ‘ㅅ’ 등 특정 발음이되지 않아 어눌하게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릴 때의 어눌한 발음은 귀엽게 봐줄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어눌한 발음을 한다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미칠 정도로 큰 문제가 된다. 이와 같은 부정확한 발음은 잘못된 혀 사용 및 발음습관이 원인이다.

발음은 정확한 조음점을 찾아 혀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잘못된 조음점을 사용하거나, ‘ㅅ’ 발음 시, 입을 옆으로 벌리고 혀를 치아 사이에 둔 상태로 ‘th’ 소리를 내는 등 잘못된 발음습관이 길들여지면 부정확한 발음이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가 혀 짧은 소리를 내거나 ‘ㅅ’ 소리를 낼 때 ‘th’ 발음을 하는 등 잘못된 발음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음색, 목소리 크기, 발음의 정확도 등 이비인후과 검진 필수

이처럼 우리 아이의 음색, 성량, 발음 등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이비인후과 검진을 통해 아이의 목소리 건강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 성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발음을 할 때 혀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다. 만약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음성언어치료를 통해 개선 가능하다.

음성언어치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발성기관을 검사, 문제점을 파악한 후 언어치료사를 통해 정확한 발성 훈련을 하는 것으로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의 협진을 바탕으로 해야 보다 효율적,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안철민 원장은 “성인의 경우, 이미 잘못된 발성 및 발음습관이 오랜 기간 축적되어 고착화된 상태라 음성언어치료를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주 2~3회씩 방학 한 달을 이용한 집중치료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 평소 아이가 물을 많이 마실 수 있게 해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고, 아이가 작은 소리를 내거나 어눌한 발음을 낸다고 무작정 다그치고, 혼내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등 아이가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