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낮에 잘 뛰어 놀던 아이가 밤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기도 하고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울기도 곧잘 한다. 그러면 옛 어른들은 ‘키가 크려고 그런 거다’라며 한참을 주물러 주시곤 했다.

대개 아이들의 이런 다리 통증을 일컬어 ‘성장통(growing pain)’이라고 한다. 성장 작용 자체가 통증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성장통이라는 진단명은 정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성장하는 아이에게서 잘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성장통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8세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성장통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정형외과 김하용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성장통은 2~8세 어린이들에게 주로 나타나며 여자아이보다는 활동성이 많은 남자아이들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대개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사라진다. 주로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통증을 느끼며 한쪽 다리만 아픈 경우는 드물고 대개 양쪽 다리가 동시에 아프다고 한다.

통증은 한 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일정기간 거의 매일 반복된다. 그러나 혈액검사를 해 보면 염증 반응이 없으며 X-ray 사진에도 이상소견이 없다. 김하용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낮에 많이 돌아다닌 날일수록 더 심하게 앓지만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며 “성장통의 가장 큰 특징은 증상이 주로 밤에 나타나고 아침이 되면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다른 질병일 수도

성장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성장기에 뼈가 자라는 정도와 근육, 인대 등 뼈 주변조직의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근육통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뼈가 성장하면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늘어나 주위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도 하며, 미처 발달이 덜 된 아이들의 근육이 낮 동안 심하게 뛰어 노느라 피로해져서 저녁이면 더 아프다는 설도 있다.

성장통은 나이가 들면 자연히 없어지는 자연스런 성장 과정 중의 하나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이가 많이 아파하고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아침이나 오전에 아프다고 할 때, 한쪽 다리만 아프다고 할 때, 아침까지 통증이 지속될 때, 다리를 주물러주면 더 아프다고 할 때, 열이 동반 될 때, 통증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를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다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성장통이라고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다른 질병들을 감별한 후에 가능하다. 소아 류머티즘이나 골종양, 칼슘이나 인 등 무기질 대사에 이상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대사성 질환’도 성장통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O형이나 X형 다리 등 무릎각에 이상이 있거나 평발의 경우에도 생체역학적인 과부하 때문에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김하용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아이가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반드시 성장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고 지내다가 심각한 질병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평소 아이의 상태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증 완화를 위한 안마와 휴식이 최선의 방법

성장통은 통증 완화에 대한 치료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다. 아이가 자다가 일어나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할 때는 보호자는 일단 침착하게 아이를 안아주는 등 스킨쉽으로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보호자가 지나치게 걱정을 하면 아이도 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불안해지고 통증도 더 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간단한 응급처치로는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게 좋다. 그러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일시적으로 아이가 시원해한다.


또한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은 치료 겸 진단의 효과가 있기도 하다. 성장통이 아니라 뼈나 근육, 힘줄 등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면 만지고 주무를수록 대체로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많이 아파하면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이러한 휴식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3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단순한 성장통이 아닐 수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