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효 교수의 코질환 돋보기(2)] “알레르기 비염, 넌 누구니?”

기사승인 2013-08-27 0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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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효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무더위에 건강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이 무더위가 지나가고 나면 9월부터는 슬슬 서늘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가 시작될 텐데요, 이번 시간에는 지난번 예고 드린 대로 ‘환절기의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 넌 누구니?”=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어머님이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오십니다. 아이가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어머님은 미리 준비해 오신 듯 하고 싶었던 말씀을 한 보따리 숨 가쁘게 쏟아 놓으십니다. “저희 아이가 감기가 걸렸다 하면 코감기부터 걸리거든요. 저희 동네 의사 선생님이 ‘축농증 끼’가 있다고 말씀하셔서 환절기마다 거의 한 달씩 약을 달고 사는데….”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어머님이 아들 때문에 얼마나 고심하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어머님, 아이가 어떻게 불편한가요?” 그제야 어머님은 아이의 증상을 말씀하십니다. “특히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움푹움푹 나오고요. 눈 주변도 좀 가려워하는 것 같고….” 여기까지 들으면서 내시경으로 코 안을 진찰하면 십중팔구 콧살(비갑개)이 심하게 부어 있으면서 맑은 콧물이 흘러나오는, 전형적인 알레르기 비염 소견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 독자 여러분들은 흔히 ‘아토피’라는 표현으로 더 친숙하실 것입니다. 각종 감염, 염증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 반응과 관련한 세포들 중 알레르기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는 상태를 ‘아토피’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 아토피로 인해 피부, 폐, 코 등 각종 기관에서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왜, 비염인데도 ‘축농증’, ‘코감기’ 등으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이렇게 많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축농증과 비염 모두 코막힘 및 콧물 증상을 주로 호소하기 때문에 내시경적 진찰 및 적절한 검사가 없으면 혼동하기 쉬운 것이죠. 따라서 ‘코감기가 자주 걸리고 잘 낫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것을 권유 드립니다.

[김영효 교수의 코질환 돋보기(2)] “알레르기 비염, 넌 누구니?”


◇“알레르기 비염, 왜 생기는 거죠?”= 알레르기 비염은 현재 유병률이 30%를 훌쩍 넘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비염을 앓고 있다는 뜻이지요. “비염, 왜 생기는 거죠?”라는 질문을 외래에서 받으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유전되는 병인가요?”라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데요, 가족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일 경우 자손의 50%에서, 양쪽 모두 환자일 경우 75%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생긴다고 합니다. 아토피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향후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이나 배설물, 바퀴벌레 항원이나 꽃가루 등 각종 항원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흔히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 깨끗하게 자란 아이들이 각종 감염에 걸릴 기회가 농촌에서보다 적다 보니 일반적인 면역체계는 약해지는 대신에 오히려 알레르기 관련 면역체계가 강해져 아토피 성향이 생긴다는 것이죠. 너무 깨끗하게, 깔끔하게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명심하세요.

그렇다면 다음 시간에는 이렇듯 우리를 괴롭히는 알레르기 비염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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