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형 기자의 화장품 이야기] 동물실험 꼭 해야 할까? 동물실험의 ‘딜레마’

기사승인 2013-03-13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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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형 기자의 화장품 이야기] 동물실험 꼭 해야 할까? 동물실험의 ‘딜레마’

[쿠키 생활] “화장품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하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동물 학대는 근절돼야 합니다. 화장품 동물 실험한 제품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토끼 눈에 화장품 부작용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 천번에 거친 임상을 한다니 끔찍합니다.”

동물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한 커뮤니티에는 ‘동물 실험’을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동물실험의 잔혹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동물 실험을 강행하는 화장품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동물과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 탓일까.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법적 규제가 만들어졌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화장품에 대한 전면 판매 금지 조치를 11일부터 발효했다. 이러한 판매금지 조치는 동물실험이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실시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실험으로 개발된 화장품, 성분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09년 EU와 회원국 27개국은 동물실험 화장품에 대한 판매 금지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EU뿐 아니라 EU 내 국가에서 화장품과 화장품 성분을 판매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과 브랜드는 동물 실험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는 비누에서 치약 등 세면용품은 물론, 미용제품을 포함한 모든 화장품에 적용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나라들에서 화장품 성분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중국은 모든 화장품에 대해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요구하며 외국에서 수입해서 들여오는 제품의 경우 중국 정부에 동물실험을 위탁하기 위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또 베트남 역시 화장품이 의약품으로 분류돼 동물실험이 불가피하게 이뤄진다.

‘동물실험’을 두고 화장품 회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여전히 화장품 회사들은 동물 실험이 제품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화장품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유해성 검사를 하기위해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에 대한 피부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동물실험 외에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이 제한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까지 약물동태, 반복투여 독성 등 3가지 독성분야 시험법을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자신에 피부 타입에 맞는 양질의 제품을 원한다. 피부에 뾰루지나 발진 등 작은 부작용이라도 나면 불만을 표시한다. 화장품 회사들은 부작용 적은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동물 실험은 하지 않는다는 ‘착한 기업’ 의 이미지도 만들어야 한다.

이제 화장품 회사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를 위해 수십여 년 간 화장품 개발에 투입됐던 동물들의 희생을 되새겨야 한다. 더불어 안전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맞추기 위해 양질의 대체시험법도 추가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회사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일부 화장품 회사들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동물 실험 대신 대체 시험법 개발에는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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