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만 하면 떨리는 목소리 ‘긴장 탓’ 아냐

기사승인 2012-11-08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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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만 하면 떨리는 목소리 ‘긴장 탓’ 아냐

[쿠키 건강]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최은영(33·여) 씨는 중요한 미팅 자리 또는 프리젠테이션 시 의지와 상관없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어려움을 겪었다. 긴장으로 인한 떨림 증상이라고 생각해 긴장완화제를 복용하거나 스피치학원을 다니는 등 목소리 떨림을 해결하려 노력했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된 상태에서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주위에서 ‘우느냐’는 소리를 듣곤 했다.

목소리 전문병원을 방문해 ‘후두내시경’ 검사결과 ‘연축성 발성장애 중증’을 진단받았다. 의사로부터 ‘어릴 때부터 서서히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년 내 본래의 음성이 나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은 “최씨의 경우처럼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목소리 떨림으로 인해 사회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발성장애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축성 발성장애는 단순한 긴장에 의한 떨림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를 잘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대근육 과도하게 떨려 성대 진동에 이상

목소리는 성대가 진동을 하면서 음성이 만들어진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뇌기저부에 있는 후두감각 신경반사의 중추가 되는 신경 핵부위의 억제성 신경 이상으로 후두신경 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대근육이 급격하고 과도하게 수축, 연축해 성대의 진동에 이상이 생겨 목소리가 떨리고 끊기는 음성장애다.

현재까지 정확히 어떤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인 원인과 뇌에서 후두까지 전달되는 신경전달과정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과도한 신호를 후두에 보내 발성에 관련된 후두근육 중 일부가 잘못된 움직임을 갖게 되는 신경학적인 원인이 동시에 관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의 8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 환자의 빈도수가 높다. 증상은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려 연속적으로 말을 이어나가기가 힘들며, 무리하게 말을 계속할 경우 목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떨려 면접이나 대화 등 직장생활에서 크게 방해가 되며, 자신이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가 아닌데도 목소리가 끊기고 떨리는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 대부분이 이를 정신적인 긴장 탓으로 오해할 뿐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단순한 긴장상태와 발성장애의 차이점은 주로 특정 단어나 발음이 잘 되지 않아 반복해서 말하게 되고 빠르게 떨리거나 끊기며 음성이 거칠어진다.

또한 과거에는 잘 쓰던 단어를 말했을 때 혀가 짧아져 발음이 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심할 경우 짧은 단어를 말하는 것도 힘들어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점차 말을 전혀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보톡스 치료법으로 증상 완화하는 것이 최선

연축성 발성장애는 현재까지 완치법은 없으며, 약물치료와 수술적 방법, 보톡스 치료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김형태 원장은 “문제를 일으키는 성대근육만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고 장시간 통화하거나 음악을 크게 듣는 등의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청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악보를 보는 것보다 노랫소리를 듣고 따라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원리다.

목소리 오남용으로 인한 성대질환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감기 또는 후두염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목소리 사용을 자제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