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먹는 기름진 음식이 내 ‘속’을 태운다?

기사승인 2012-09-27 09: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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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건강] 직장인 이민석(32)씨는 지난 추석 때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신물이 올라오고,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의 증상이 며칠씩 계속 돼 병원을 찾았다. 단순한 소화불량이겠거니 여겼으나 여러 검사를 거친 결과 중증 역류성 인후두염을 진단받았다. 이씨는 연휴 내내 각종 튀김류와 산적 등 기름진 음식을 하루 세끼 흡입하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나 친구들과 술 마시기를 반복했다. 평소 거래처와의 술 약속이 잦고, 일에 빠져 저녁식사는 늘 밤늦게 하고 곧바로 눕는 등의 습관도 이씨의 역류성 인후두염을 부추겼다.

추석이 끝난 후 이씨처럼 명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풍요로운 음식과 꿀맛 같은 휴식을 지나치게 즐길 경우 역류성 인후두염으로 고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신트림이 반복, 음식물 삼키기 힘들다면 이비인후과 찾아야

역류성 인후두염은 위장에 있는 내용물 즉 위산이나 음식물들이 소화되지 않고 거꾸로 다시 올라와 후두(울림통)나 인두(목구멍 속)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비인후과 외래를 찾는 환자의 약 10%가 역류성 인후두염을 앓고 있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위 속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거꾸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여주는 근육이 있어 음식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추석 때 기름에 튀긴 전류와 갈비, 산적 등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한 후 곧바로 누워서 TV를 보거나 술을 마시게 될 경우 역류성 인후두염이 발병할 수 있다.

역류성 인후두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음식을 섭취한 후 2~3시간이 지났음에도 속이 불편하며 신트림이 계속 올라오는 경우다. 이와 함께 감기는 아닌데 목이 쉽게 잠기며 기침이 잦고, 목안에 가래가 붙어 있는 듯한 이물감으로 음식 삼키기가 힘이 든다면 역류성 인후두염을 의심해야 한다.

김현수 예송이비인후과 원장은 “위산이 역류돼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씨처럼 과식으로 인한 단순한 소화불량이라 여기고 소화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목의 불편함이 있고 평소 음주와 흡연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후두와 목 깊은 곳을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 병행돼야 재발 방지

이비인후과에서는 병력 청취를 통해 특징적인 증상을 확인하고 후두내시경 검사로 후두 부위를 직접 관찰해 진단한다. 또한 식도와 인후두 부위로 위산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보기 위한 pH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 검사는 산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2개 달려 있는 탐침을 환자의 코를 통해 식도 내에 위치시켜 24시간 동안 식도와 인후두 부위의 위산의 역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후두는 식도에 비해 위산역류에 더 쉽게 손상 받을 수 있어 1주일에 단 3차례의 후두 역류로도 심각한 후두 염증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위산 역류에 의한 자극으로 인후두 부위에 국소적인 염증이 일어나고 다양한 증상과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방법은 환자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우선 역류를 감소시키기 위해 식이 습관을 개선하며, 위산을 억제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역류 방지를 위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김현수 원장은 “역류성 인후두염은 감기처럼 한번 치료한다고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다. 일시적인 치료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재발이 잦으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며 “후두염, 후두 육아종, 성대 폴립이나 부종, 후두암 등의 후두질환뿐만 아니라 만성기침, 치아 우식증, 중이염, 부비동염, 수면장애 등 다양한 질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