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은 만병통치약? “과량·장기복용하면 부작용 유발”

기사승인 2012-06-12 16:29:01
- + 인쇄


한국인 4명 중 1명은 ‘먹으나 마나’

어린이, 홍삼 먹고 코피 났다면 ‘소아 뇌출혈’ 의심

부작용 연구는 없고 효능만 강조 "매출용 연구"

[쿠키 경제] 김경옥(41·여)씨는 2년 전 건강을 챙기기 위해 홍삼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가슴 두근거림과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 나타나 복용을 그만둬야 했다. 임유란(42·여)씨의 경우 최근 홍삼을 먹고 운전하던 중 안구 통증 등으로 인해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등 의학적으로 규명된 각종 기능성에 힘입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삼. 홍삼은 인삼과 달리 열이 많은 사람은 물론 모든 체질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건강상식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홍삼 시장 역시 괄목한 만한 성장을 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홍삼품 생산액은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52.6%에 달했다.

하지만 순기능만 있고 역작용이 없는 식품이나 약이 존재하기란 어렵다. 식약청은 2007년 한국소비자연맹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후 대책 마련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모니터링을 시행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 홍삼 관련 제품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겪었다며 소비자연맹 건강기능식품부작용신고센터에 신고한 사례는 모두 40건이다. 이는 전체 건강기능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 추정 원료 제품 신고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2009년에도 32건의 상담 사례가 있었으며 2110년 35건, 지난해 18건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의학계 등 의료계 일각에서는 홍삼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용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홍삼에도 엄연한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한의사 모임인 참의료실천연합회 이진욱 회장은 “홍삼은 면역력 개선 등의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과량 또는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두통·어지럼증·생리불순, 어린이의 경우 불면증이나 불안장애가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홍보이사는 특히 어린이 부작용과 관련해 “아이들은 대부분 열이 많은 편인데 여기에 다시 삼이 들어가게 되면 열이나 화가 솟구쳐 코피를 쏟는 경우가 많다”며 “혈관이 코가 아닌 눈에서 터지거나 뇌에서 터지면 소아뇌출혈이라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의계는 또 선진국의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홍삼 복용량을 하루 2g 이내, 복용 기간은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인삼과 마찬가지로 홍삼 또한 ‘체질별 궁합’이 존재한다고 조언한다.

장 이사는 “사상체질로 분류했을 때 소음인이 아닌 사람이 홍삼을 먹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삼을 먹지 말라는 게 아니고 안전하게 섭취하라는 얘기”라며 “홍삼 판매업자는 먹을 사람의 체질을 고려하거나 진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참실련은 지난해 홍삼에도 부작용이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지하철 1호선 전동차에 게재한 바 있다. 최근엔 ‘식약청은 홍삼 시장이 늘었다고 홍보에만 매진하지 말고, 국민건강부터 챙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식품과 의약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식약청이 홍삼 복용과 관련된 국민들의 피해를 방조하며 직무유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삼업계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자신들의 이권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의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모 홍삼업체 관계자는 “홍삼이 보약 등을 대체하는 효과가 커지는 만큼 한의계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인삼을 오랫동안 사용해 오면서 부작용의 한계를 최대한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외국의 적정섭취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약청 또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홍삼제품의 적정 가이드라인 제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제품마다 섭취 시 주의사항과 일일섭취량을 표기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 “매년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의 특성상 부작용 발생 경로를 추적하기 힘들고, 발생 원인도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또 다른 식약청 관계자는 홍삼업계를 두둔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맞을 수 없고 소수의 부작용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시키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며 “홍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력 수출상품이고, 앞으로 사업을 더 확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의 약 25%는 홍삼 유효성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등의 연구결과들은 홍삼제품의 효능을 맹신해왔던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엔 우리나라의 인삼·홍삼 관련 연구가 효능 위주로 지나치게 편중돼왔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과거 정부가 인삼시장을 독점하고, 공사라는 이름의 기업이 사기업이 된 이후에도 독주를 계속하는 국내 인삼산업의 기형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인삼·홍삼의 부작용이나 위험성보다는 효능만을 강조하는 이른바 ‘매출용 연구’라는 의미다.

홍삼을 둘러싼 부작용 논란, 효능 위주로 편중된 연구결과, 한국인 일부는 홍삼 유효성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는 연구들, 이러한 부분들이 명확히 입증되고 개선되지 않는 한 고려인삼은 국내 소비자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외면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쿠키건강TV의 고발 프로그램 ‘건강레이더 THIS’는 홍삼제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용되는 현실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와 국내 홍삼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쿠키건강TV ‘건강레이더 THIS’ 다시보기

최은석 기자 0192407994@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