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의 고도비만 수술 바로알기]노년층에서의 고도비만 수술

기사승인 2012-04-17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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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교수·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외과)

[쿠키 건강칼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학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나이는 더 이상 제한사항이 아닌 것이 현실로 돼버렸다. 비만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유일한 비만치료 약물인 제니칼(지방흡수 억제제) 사용에 있어 나이 제한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럼 과연 수술은 어떠한가? ‘살만큼 살았는데 좀 뚱뚱하면 어때 그냥 살다 가는 거지’ 실제 그랬다. 불과 20 여 년 전만 해도 고도비만 수술은 50세 이하로 제한되어 있었다. 수술관련 합병증 위험이 높다는 점과 그 효용성이 젊은 연령층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필자가 고도비만 수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환갑을 넘긴 외국 여자분이 외래를 찾았다. 90kg 안팎에 전형적인 서양비만형(하체비만형)으로 외형상으로 보면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환자의 의지는 강력했다. 남은 인생에 더 이상 이 지긋지긋한 약을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환자는 계속되는 비만으로 10년 전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및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다양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고도비만 수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는 체형 변화에 대한 목적이 아닌 지병의 악화를 막고, 배변기능을 개선하고, 복용약물을 줄이는 등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실제 젊은 나이에는 비만하지 않았다가 50대 이후를 거치면서 체중이 증가한 경우에도 심혈관계질환, 요실금과 같은 배변장애, 관절질환으로 인한 신체활동 제한, 인지기능 장애 및 치매 등이 노년층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체중감량을 적절히 하게 되면 이런 위험성이 개선된다는 사실 역시 잘 입증되었다.

현재 고도비만 수술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나이 상한선은 만 65세로 돼있다. 그러나 복강경장비의 발달, 수술 경험의 축적, 및 수술 전후 환자 관리 능력의 향상 등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점차 그 한계가 무너져 가고 있다.

최근에는 동반질환의 개선 효과에 있어서도 젊은 층에 뒤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물론 적절한 대상 환자의 선택, 수술 전 충분한 검사 및 수술 후 철저한 관리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가끔 퇴근 길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중인 그 외국인 여자 환자를 만난다. 꼭 멈추어 서서 악수를 청한다. “Hi! Dr. Kim”. 요즈음 환자가 복용하는 약은 다름 아닌 종합비타민과 칼슘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전개되는 나라라고 한다. 2009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작년에는 10%를 넘었다고 한다. 연령별 비만 인구 역시 40~50대에 약간 줄어 들다가 60대에 이르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기대 수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살만큼 살았는데 좀 뚱뚱하면 어때’ 그렇지 않다. 개선될 수 있다면, 그리고 방법이 있다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