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의 고도비만수술 바로알기]청소년에서 고도비만 수술-(2)

기사승인 2012-04-03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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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교수의 고도비만수술 바로알기]청소년에서 고도비만 수술-(2)

김용진 교수·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외과)

[쿠키 건강칼럼] 지난 주 청소년 고도비만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요약하면 이렇다. 청소년에서 고도비만 수술이 적극적으로 추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성인병이 발병한 초고도비만(체질량지수 40 이상) 환자에서 골성장이 거의 완성되고 2차 성징을 보이는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10개월째 접어든다’. 14살 갓 중학생이 된 140kg의 남자 아이 A군의 이야기다. 혈압약과 간기능 개선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지 2년째,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살을 빼기 위한 모든 방법은 다 시도해봤다고 한다.

심지어 지방 어느 한의원이 유명하다고 하면 매주 토요일 어머니와 함께 그 곳을 찾았고, 단식원에서 지낸 시간이 학교에서 보낸 시간보다도 많았다. 간신히 중학교에 입학하기는 했지만 반복되는 따돌림과 놀림으로 두 차례 전학을 한 뒤 현재 학교를 그만 둔 상태다. 외래 진료 내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말씀을 이었고, 아이는 땅만 보고 있었다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성장판, 성장관련 호르몬, 비만 관련 호르몬 등, 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정신과와 소아청소년과에 자문을 구한 뒤, 수술 후 일어날 변화에 대해 미리 6개월간 충분한 관리를 시행하고 지난해 5월 수술을 시행했다.

A군은 생각보다 빠른 변화를 보였다. 수술 후 6개월째 두 자리에 접어든 체중이 이후 꾸준히 감소해 현재는 88kg을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 수술 사실을 모든 학생에게 알리고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A군의 어머니가 필자의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오늘 아침엔 등교하는 아이에게 옷을 껴 입혀서 보냈어요. 불과 7개월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요(중간 생략) 고도비만은 소리 없는 죽음, 제가 너무 심한가요? 몸과 마음과 정신세계까지도 망가지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에게 따뜻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몸과 맘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신 선생님께 감사에 마음 전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고도비만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다름 아닌 일상이다. 택시를 타면 앞 좌석에 탈 수 있고, 지하철에 앉을 때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인 것이다.

“그런 애는 없습니다.” 최근 학교 폭력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공익광고 카피다.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잘못된 시선 그 자체도 폭력이다. 어머니의 바람처럼 고도비만이 질병임을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