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쥐’ 파일 계속 유통…DNA 필터링 비웃는 불법 영상

기사승인 2009-11-15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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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쥐’ 파일 계속 유통…DNA 필터링 비웃는 불법 영상

[쿠키 IT] 불법 영화파일을 차단하기 위한 업계의 ‘DNA필터링’ 기술 전면가동 선언 이후에도 영화 ‘박쥐’가 일부 웹하드를 통해 수일간 유통됐던 것으로 확인돼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유통 사실이 발견된 웹하드는 선언을 주도했던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 소속 사업자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DCNA는 국내 주요 50여개 웹하드 사업자의 모임이며, 해당 시장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영제협)와 DCNA는 서울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11시 11분부터 주요 온라인사업자 콘텐츠 유통서비스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24시간 DNA필터링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날은 영화 ‘박쥐’의 불법 유출 사실이 알려진 날이었다.

하지만 DCNA 소속 웹하드 사업자인 G사에서는 이날 전면가동 선언 후 오후 6시쯤 여전히 박쥐 파일이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첫 발견됐으며, 이후 14일 오전까지 지속적으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다. 필터링 전면가동 선언 이후에도 3일간 버젓이 유통된 셈이다.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사업자가 고의적으로 필터링 기술을 회피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의 중대한 허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필터링 시스템의 고객은 웹하드와 같은 온라인사업자다. 실제 사용대금을 지불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의 요구를 기술사업자가 외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심야나 주말 등에만 불법 영상을 살짝 유통시키는 것 같은 편법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인기 영화를 공짜나 헐값에 얻기를 원하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라인사업자가 필요할 때마다 DNA 필터링의 가동 여부를 조종할 수 있고, 이런 요구를 기술사업자가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박쥐 사례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영제협의 DNA필터링 사업자 인증기준에 따르면 필터링을 정확히 장착해 운영하지 않으면 사업자의 인증이 취소된다. 필터링을 장착한 후 웹하드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실시간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온라인사업자의 모든 유통기록을 기술사업자가 저장하고, 이를 저작권자에게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필터링 사업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술사업자들이 오랫동안 영제협의 인증기준에 맞춰 필터링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했고 서비스사업자의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고 있다”며 “서비스사업자의 불법 공유를 거의 완벽하게 막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해 모든 기술사업자가 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DNA 필터링은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불법 유출 및 유통되는 콘텐츠를 가려내는 기술이다. 웹하드나 P2P에 업로드되는 영상물의 특징점을 추출해 업로드되는 콘텐츠가 불법인지 제휴콘텐츠인지를 가리는 기술로 현존하는 불법 영상물 필터링 기술 중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